칼리 피오리나의 카우보이 소통

다음은 HP의 전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가 루슨트 테크놀러지에서 세일즈 팀장으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루슨트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세일즈 중심의 기업인 어센드를 사들였다. 어센드 사람들은 야한 농담을 좋아하고 여성 접대부를 술자리에 동참시키는 카우보이 술고래들이었다. 40대 초반의 여성인 칼리가 감당하기에는 벅차보였다.

때마침 두 조직이 함께 모였다. 사장의 연설로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센드의 세일즈 팀장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그는 팀워크와 성공에 대한 호탕한 이야기를 했다. 반응이 좋았다. 이제 칼리의 차례였다. 그날 아침 그녀는 카우보이 복장을 했다. "우리는 어센드 사람들이 고객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요구를 이해 못하는 카우보이라고 생각합니다." 좌중에 술렁임이 일어났다. "워워. 화내지 마세요. 여러분은 우리에 대해 더 나쁘게 생각하잖아요." 이제는 모두가 안절부절못했다. "솔직히 여러분은 우리를 계집애 정도로 생각하잖아요. 여러분은 우리가 끈질기지도 못하고, 세상물정에 밝지도 않다고 생각하지요?"

그녀는 한쪽 바지를 들어서 카우보이 부츠를 보였다. "이 정도면 우리가 냅다 걷어차 버릴 수 있겠지요?"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녀는 청중에게 등을 돌리고 섰다. 재킷의 단추를 풀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렸다는 판단이 서자, 몸을 돌려서 사람들과 마주 섰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양말이 남자의 성기모양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왔다. "우리의 그것도 여기 있는 누구보다 크다는 걸 알아두세요!" 좌중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칼리의 용감하고도 대담한 소통 덕분에 그 날 이후 어센드와 루슨트의 세일즈팀은 정말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칼리의 소통은 드러내 보여주는 힘 즉 표현력 소통이다. CEO들은 회사가 위기상황일 때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직접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기업문화의 정립을 위해 많은 기업들은 사내강사들을 양성하여 결속을 다지기도 한다. 일을 잘한다는 핵심인재들의 보고서에서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표현력의 중요성을 알고 활용하는 예들이다. 일의 시작과 진행단계 그리고 마무리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이해당사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표현하면 좋을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일의 시작, 상사에게 숫자 3으로 표현하라

도요타 생산방식(TPS)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도요타 자동차의 핵심전략은 고객의 관점에서 생산 프로세스의 낭비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도요타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나 생산 프로세스에서 일곱 가지 중요한 비부가가치 낭비요인들, 즉 과잉 생산, 작업 대기, 불필요한 수송 또는 운반, 과도한 공정 처리 혹은 부정확한 공정, 과잉 재고, 불필요한 동작, 결함 등을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도요타 자동차는 상사는 까다로운 내부고객이라고 정의한다. 왜냐햐면 상사는 직원들에게 고객을 대신하여 낭비를 제거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구에 대하여 도요타 자동차 직원들은 까다로운 내부고객인 상사를 설득시키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도요타 생산방식의 핵심이다.

일의 시작은 상사와의 소통으로 시작된다. 그러면 어떻게 상사와 잘 소통할 수 있을까? CNN 백악관 담당 수석특파원을 지냈던 마크 월튼이 주장한 3의 법칙을 활용해보자.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세 가지 정보가 주어졌을 때 가장 쉽게 받아들이고 가장 쉽게 기억한다고 한다. 그의 3의 법칙을 차용하여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상사를 설득할 때 한 가지 논제를 제시하고, 그 논제에 대한 타당성 있으면서도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상호배제하면서도 전체를 포괄하는) 근거들을 세 가지만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한 가지 논제와 세 가지 근거라는 프레임 그 자체가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이를 마법의 숫자 3의 법칙이라 했다. 정말 그런지 그대의 상사에게도 적용해보라.

 

일의 진행단계, 동료에게 앞에서 욕하고 뒤에서 칭찬하라

미국 뉴욕에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라는 빵집이 있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던 CEO인 윌스는 개인문제나 가족문제가 있는 동료를 도와달라는 직원들의 부탁을 자주 듣게 되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관리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외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패스메이커 서비스 Pathmaker Service’라는 새 부서를 만들고, 그곳에 사회복지사를 배치하여 직원들의 개인적인 고민들을 해결해주기로 했다. 그렇다고 이곳의 사회복지사가 마냥 직원들의 어릿광대를 받아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도움을 요청할 때는 종종 거절하거나 심지어 욕을 하여 돌려보내 자립심을 키우기도 한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 이야기는 일을 함께 진행하는 직원이나 협력사와의 소통이 어떠해야 할지를 말해준다. 일의 진행단계에서의 표현의 핵심은 앞에서 욕하고 뒤에서 칭찬하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앞에서 칭찬하면 칭찬의 진심을 의심받을 수 있으니 칭찬은 뒤에서 즉 제 3자에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칭찬은 뒤로 돌아 당사자에게 들어가게 되어 칭찬의 효과를 배가 시켜준다. 앞에서 욕하라는 말은 인신공격이나 싸움을 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 앞에서 속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라는 말이다. 충고는 아무에게나 시도 때도 없이 주는 일상의 표현법이 아니다. 때와 장소를 신중히 골라 아끼는 동료에게 속마음을 담아 전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칭찬이든 충고든 동료간 표현의 핵심은 드러내 보이는 솔직한 표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일의 마무리, 고객에게 진심을 표현하라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든 탐스의 고객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오른쪽 신발은 225를 왼쪽 신발은 250을 주문할 수 있을까요?” 직원인 마리아는 매뉴얼에 따라 친절하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그렇게는 힘들고요, 225 그리고 250 신발 두 켤레를 주문해주셔야 합니다.” 이틀 후 그 여성은 고객센터에 이메일을 보냈다. “다른 신발 회사들도 늘 똑같은 대답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사는 신발은 한 켤레에 6만원 하는데, 제가 사고 싶은 귀사의 랩부츠는 11만원이라 두 켤레를 사기에는 가격의 부담이 너무 큽니다.” 직원인 마리아는 도리아와 상의하여 그 여성에게 단화 신발 한 켤레를 더 넣어 보내주었다. 그녀는 탐스의 진심을 보았고, 이 일로 그녀는 탐스의 열광하는 고객이 되었다.

일은 늘 고객과의 소통으로 마무리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고객과의 소통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탐스 이야기가 말해주듯이, 고객과의 소통의 핵심은 이익이 아니라 진심이다. 대내용 결론과 대외용 결론이 다르다는 것은 이익 관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적 관점에서는 이익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으로는 파산이나 악재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심어린 표현은 겉과 속이 일치할 때 가능하며, 이 때 고객은 만족을 넘어 감동을 받는다. 감동받은 고객은 또 다른 고객에게 그 감동을 전달하기 마련이다. 직원의 진심어린 표현이 고객 입소문의 원동력이 되는 법이다. 자신에게도 물어보자. 나는 고객과 진심어린 표현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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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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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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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G디스플레이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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