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화목을 이루는 것이 먼저라는 말이다. 조금은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이 요즘 젊은 직장인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라는 좀 더 현대적인 용어로 말이다. 일과 삶의 균형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실행해 갈 수 있는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으로 점검해보자.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가?

일본의 글로벌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는 10여 년 전 사내 어린이집 ‘캥거룸’을 오픈했다. 캥거룸은 어미가 앞주머니에 새끼를 품고 다니면서 젖을 먹이는 캥거루와 방을 뜻하는 룸을 합쳐 만든 말이다. 이 곳은 보육교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체조교사, 원어민 영어교사가 상주하면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일하는 중에도 노트북으로 CCTV 화면을 통해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가 아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시세이도는 만 3년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이 제도가 다소 부담스러운 여성을 위해서는 육아시간 제도가 있는데, 이는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칠 때까지 하루 2시간씩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또한, 단기 육아휴가 제도도 있다. 이 제도는 자녀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2주 이내의 단기 육아휴가를 최대 3번까지 쓸 수 있게 한 것인데, 남녀 직원 모두에게 해당하는 제도이지만 장기 육아휴직을 잘 쓰지 않는 남자 직원들이 주로 사용한다.

GE의 전 CEO였던 잭 웰치는 이렇게 말했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 오직 일 또는 삶의 선택(Work-Life Choice)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그는 성공을 위해 일을 선택한 일중독자다. 지금도 잭 웰치의 모범을 따라 일과 삶의 균형에는 무지하면서 일만 강조하는 기업 혹은 경영자들이 있다. 하지만, 시세이도의 교훈은 분명하다. “일과 삶의 균형이란 조직의 제도적 지원에서 시작되며, 이는 분명 성과로 나타난다.” 시세이도의 인사·노무담당 임원 오쓰키 시게토 인사부장은 “일본에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매년 5위 안에 이름을 올리면서 우수 인력 유치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 여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길어지고, 여성 간부비율이 늘어난 것도 제도적 지원 덕분”이라고 했다. 시세이도의 매출과 사업적 성과는 물론 말할 바도 없다. 그렇다. 가족, 건강, 여가, 성장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검토하라. 그리하면, 조직 구성원들은 더욱 스마트하게 일을 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성과로 보답할 것이다.  

 

회사에서도 거리낌없이 개인 이야기를 소통할 수 있는가?

미국의 경우를 보자. 구글은 직원들에게 호텔급의 공짜 점심을 제공하고, 회사 안에 수영장을 갖춰 놓고 수영시간도 업무시간으로 인정해준다. IBM은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돕는 입학상담사를 회사가 고용해 주기도 한다. 재택근무는 기본이고, 아이의 하교 시간에 맞춰 부모가 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이런 워킹맘의 대표주자가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다. 그녀는 오후 5시면 무조건 퇴근해서 아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물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이가 잠이 들면 다시 집에서 다시 일을 하기도 한다. 엄마로서의 삶, 자녀들의 성장, 가족 안에서의 행복 같은 개인적인 삶을 공적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심지어 회사에서 엉엉 운 얘기도 가리지 않는다. 일과 삶의 영역을 가리지 않는 대화와 소통,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맞는 제도적 장치를 지속적으로 수정해가는 것, 이것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노력이라고 그녀는 역설한다.

구글, IBM, 페이스북 등의 사례는 일본의 제도적 장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노력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준다. 사실, 우리나라 다수의 기업들도 일본 시세이도 못지않은 제도적 장치를 갖춘 기업들이 여럿 있다. 문제는 제도의 운영과 관련된 대화와 소통의 부재다. 제도는 있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고 싶다고 상사에게 말을 할 수 없다. 셰릴 샌드버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 부분이다. 조직의 리더들이 직원의 사생활과 가정 그리고 취미 생활에 대한 얘기를 공적인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일 뿐만 아니라 삶의 얘기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면 직원들의 업무만족도가 높아지고, 결국에는 업무성과도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노력들이라고 샌드버그는 주장한다. 그래서 그녀는 일과 삶의 통합을 이루어가려는 노력이 진정한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말한다.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의 의지가 있는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대한민국 기업들의 노력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 음식배달 서비스업인 '배달의민족'을 운영 중인 IT 벤처 ‘우아한형제들’의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주 35시간 근무제다. 우리나라 기업들 대부분이 주 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으니 5시간을 덜 일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우아한형제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출근, 점심시간 1시간 30분, 퇴근시간 30분 앞당기기 등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노력은 피플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인사 업무는 인사팀에서 맡아서 아버지 역할을 하고, 피플팀은 마음을 써서 구성원을 살피고 관심과 애정을 쏟는 엄마 같은 역할을 한다. 본인, 배우자, 자녀, 양가 부모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을 맞으면 일주일 전에 미리 알려주고, 당일엔 4시에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는 역할도 한다. 김봉진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혹은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이게 일과 삶의 균형 아닐까요?”

시세이도 사례에서 본 것처럼 조직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일과 삶의 균형이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페이스북 사례처럼 직원들과 수시로 대화를 하면서 이 제도를 직원들에게 맞춤형으로 수정해가는 것이 현실적인 일과 삶의 균형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사례는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음을 말해준다. 그것은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의 의지다. 경영의 모든 면이 다 그러하겠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노력은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의 파격적인 노력도 김봉진 대표의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들일 것이다. 또한 직원들의 마인드 또한 중요하다. “더 많은 월급을 원하는가? 아니면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하는가?” 둘 다 가질 수 있다면 금산첨화다. 하지만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원하는가? 이 질문에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우아한형제들이다.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자문해보자.

 

당신은 커리어앤라이프코치 정연식의 MV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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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일과 사랑의 지혜를 상담, 교육, 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 교육전문가, 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원하는 삶이 어떻게 일이 되는가(직장인의 두번째 진로상담),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자기중심의 인생경영직장인 프로 vs 포로 
홈피 : www.career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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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만도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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