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미주 이야기

시끌벅적한 부산 광복동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화미주(和美州) 인터내셔널 본점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용실이다. 화미주 인터내셔널은 2013년 1월 현재, 본점 이외에 부산․울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33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으며, 8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화미주의 대표이사 김영기 씨는 20년 전 직원들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내가 한 달에 천만 원씩 벌게 해줄게."
지난 2012년 12월 4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창립 30주년 연말 헤어쇼에서 화미주 헤어 본점 박현주 원장은 “대표님은 20년 전 나에게 월 천만 원을 벌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과장되게 생각했던 그 약속이 지켜져 지금은 정말 월 천만 원씩 받고 있습니다(청중들의 박수소리가 터졌다). 앞으로도 더 큰 꿈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라며 굳은 결심을 밝혔다. 김 대표의 약속이 미용그룹 화미주 전 사원의 비전이 되고 꿈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다음 일화를 통해 힌트를 찾아보자.

일화-1. 화미주에는 일주일에 세 번,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영어회화 수업이 있다. 외국인 강사가 직접 강의하는 방식으로 일 대 일 회화 위주의 수업이 진행된다. “미용실에서 무슨 영어수업?" 할지 모르지만,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신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부산에 사는 외국인은 약 2만 명 정도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미용실에서 영어를 제대로 할 줄 아는 헤어디자이너가 없어서, 일본에 가서 머리를 하고 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한번 해보자고 도전장을 내밀고, 시중에도 없는 교재를 만들어 가며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화-2. 스태프에서 디자이너로 승격되는 시험은 6개월에 단 한 번뿐. 박 씨는 스태프로 너무 오래 일했기 때문에 한 번만 더 시험에 떨어지면 화미주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이론이 좀 부족하면 어떻습니까? 매장 평가에서는 최우수 등급을 받았는데요. 이만큼 기다리고 노력했으면 디자이너로 만들어줘도 되는 거 아닙니까?"
“사장님,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박 씨를 디자이너로 올려주고 싶어도 원칙을 어길 수 없습니다!”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원칙대로 처리를 하였고, 아쉽게도 박 씨는 화미주를 떠나야 했다. 모두에게 안타깝고 쓸쓸한 이별이었다. 하지만, 박 씨는 정확히 6개월 후 다시 화미주로 돌아왔다. 성대한 환영파티가 열렸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박 씨는 그 해 디자이너 이론시험에 단번에 통과했다.

일화-3. 따르릉! 서릿발처럼 딱 부러지는 말투와 전화기 밖으로 흘러나오는 큰 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김 사장은 직접 전화를 건네받았다. 내용인즉,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을 왔다가 화미주가 유명하다기에 머리를 하러 갔는데, 커트만 하려다 디자이너의 권유로 퍼머까지 했다는 것. 그리고 집에 와서 보니 온통 머리칼 끝이 뚝뚝 끊어지고 바스러지니 돈을 전액 환불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사장은 직접 눈으로 고객의 머리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고 무통장 입금으로 전액 환불 조치를 했다. 그리고는 고객의 주소와 연락처를 받은 후, 매장에서 가장 좋은 헤어케어 제품과 화미주 상품권, 죄송하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까지 동봉하여 택배로 부쳤다.

앞의 이야기들은 천만 원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화미주의 피나는 노력들을 보여준다. 화미주 뿐만이 아니다. 행복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왜 그럴까? 약속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기와의 약속 이행여부에 따라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고, 혹은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다. 연인이나 친구와의 약속으로 인해 우리는 더욱 친밀하고 신뢰로운 사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관계를 파탄나기도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고객과의 약속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약속 불이행은 비즈니스의 종말을 가져오기도 한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약속(約束)은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른 사람과 미리 정하여 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를 통해 약속의 세 가지 의미를 살펴보자.

첫째, 약속은 성장통을 동반한다.
약속은 앞으로의 일에 대한 예상을 전제로 한다. 화미주가 영어공부를 하는 것은 앞으로의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의 공부보다는 현장에서의 실습을 위주로 살아온 미용사들이 영어공부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평범한 동네 미용사가 아니라 천만 원의 약속을 이루려는 헤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공부라는 성장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화미주는 알고 있었다. 동일한 약속을 자신에게도 스스로 해보자.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이루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내가 견디어내야 할 성장통은 무엇인가?”

둘째, 약속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다.
약속은 앞으로의 일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화미주는 가장 아끼는 직원을 미리 정한 사내규정으로 인해 승진에서 탈락시키고 퇴사라는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화미주는 우리 회사의 모든 헤어디자이너는 ‘이론과 실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강한 핵심가치를 공유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미리 정한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법이다. 때로는 약속 이행의 값이 천만 원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할 때도 있다. 베트남 전쟁의 영웅 무어 중령의 말을 되새김질 해보자.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제일 먼저 적진을 밟을 것이고, 가장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것이다.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우린 살아서든 죽어서든 모두 함께 고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자신에게도 자문해 보자. “생명의 무게만큼이나 나가는 약속의 무게를 나는 얼마의 무게로 생각하고 있는가?”

셋째, 자기 일에 프로가 되는 것은 고객과의 약속이행의 전제 조건이다.
약속은 앞으로의 일을 미리 다른 사람과 정하는 것이다. 화미주가 고객의 머리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고 무통장 입금으로 전액 환불 조치를 한 것은 고객 한 사람과의 약속이 천만 원의 약속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회심리학의 개척자라 불리는 에릭 프롬은 “자기 신뢰는 약속 이행의 전제조건”이라고 했다.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자기 일에 프로(Pro)가 되는 것은 고객과의 약속(Promise)이행의 전제조건”이라는 말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다시 우리의 인생에 적용하면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배우자나 친구와의 평생 사랑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이제 자신에게도 자문해 보자.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지금도 프로의 길을 걷고 있는가?”

글을 마무리하면서 기업의 입장에서 약속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인 기업은 결국 약속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경영이념이나 회사비전은 회사와 직원과의 약속체계이고, 품질관리나 가격은 고객과의 약속이다. 또한 목표설정, 코칭, 평가로 이어지는 성과관리 프로세스는 상사와 후배직원과의 약속 이행과정이다. 결국 기업의 입장에서 약속이행은 성과, 품질, 고객, 직원 등 기업경영의 핵심 키워드를 아우르는 가치체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각자가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주인으로서 자문해보자. “나는 회사의 대표로서 약속이행을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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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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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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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쌍용자동차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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