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대졸 샐러리맨 다나카의 이력서
2002년 10월 9일 노벨상 화학상 수상자 발표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사도 교수도 아닌, 게다가 화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평범한 대졸 샐러리맨 다나카 고이치가 수상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다음 이력을 보면 평범한 샐러리맨의 경력을 확인할 수 있다.
- 1983년 시마즈제작소 연구센터 분석계측사업부 연구소 주임
- 1987년 연성 레이저 이탈기법 개발
- 2002년 노벨 화학상 수상
- 2003년 시마즈제작소 다나카고이치기념질량분석연구소 펠로우
그가 만약 노벨상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경력은 너무나 평범하고 보기에 따라서는 극히 초라해보이기까지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나카는 시상식에서 개인이 아닌 팀워크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렸는데, 그가 노벨상을 받도록 영향을 준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다나카식 노벨 학습법인 ‘사람’ 학습법을 배워보자.

1.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게 해준 할머니
다나카의 어린 시절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다. 이런 이유로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같이 살았던 할머니로부터 물건을 아껴 쓰라는 잔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어렸을 때 종이를 구겨서 버리려고 하자 “고이치, 아깝게 그걸 왜 버리니! 코 풀 때 쓸 수 있잖아.”하고 혼난 적이 있는 기억을 갖고 있을 정도니까. 무엇이든 아까워하는 그의 삶의 태도는 그로 하여금 노벨상을 수상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가 노벨상감으로 발견한 “단백질 질량 측정법”은 약품을 잘못 섞은 실험용 재료를 ‘아까워서’ 버리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깝다’라는 좋은 말을 버리는 것은 아깝다!”
아깝다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은 말이 아닌가? 그를 출산하자마자 바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기르신 할머니는 그에게 어머니같은 존재였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아깝다는 절약정신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있는 모습 그대로 수용하고 여기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다. 자기수용 없이는 타인수용 내지 배려도 없고, 고객수용 내지 고객만족도 없는 법이다. 아깝다는 잔소리를 잔소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삶의 교훈으로 받아들인, 있는 그대로의 자기의 모습을 수용하는 다나카를 통해 노벨상은 더욱 빛나게 된 것이다. 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머리학습보다 감성적이고 유동적인 가슴학습이 강조되는 감성시대에는 자기수용을 통해서 가슴 깊이 박힌 지식만이 진정한 지식이 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학습의 시작은 자기수용이다.

2. 과학의 즐거움을 가르쳐준 초등학교 선생님
수상이 결정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어렸을 때부터 이과 과목을 좋아했느냐고 물어왔다. 그때 그가 맨 먼저 떠올린 사람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담임을 맡은 사와가키 쿄죠 선생님이었다. 그분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신 분이었다. 스티로폼을 둥글게 잘라내어 도르래를 만들거나, 설탕에 황산을 뿌려 조그마한 화산 분화를 보여 주기도 하셨다. 어린 학생들이 눈으로 보고 변화를 알 수 있도록 재미있고 흥미로운 실험을 많이 보여 준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쿄죠 선생님은 학생들의 반응을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기록하셨다. 그분의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붕산을 뜨거운 물에 녹인 후 온도를 낮추어,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다시 결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 붕산의 하얀 결정이 내려앉은 모습을 보고 다나카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라는 발언은 엉뚱한 것이었지만, 선생님은 어린이가 스스로 흥미를 느끼며 말한 것들을 중시하여 기록에 남겼던 것이다.
사실, 다나카가 어렸을 때 이런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이런 선생님이 과연 얼마나 계실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 일을 통해 그는 “과학이란 교과서대로의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생각하고 발견하는 데에 진정한 즐거움이 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의 즐거움은 무엇인가?” 직장인 상담을 많이 해주는 나의 상담경험으로 확신하건데, “즐거운 일을 발견하는 것이 학습의 선순환을 가져다준다.” 모든 일이 다 즐거운 일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보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한 분야를 제대로 찾는 것, 그리고 그 즐거움을 고객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으로 학습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직장인들의 학습은 단 한 번만으로 끝나는 일회용 학습이 절대 아니다. 평생을 통해 평생을 투자해야 하는 평생학습이다. 그러므로 나만의 즐거운 일은 평생학습의 시작이다.

3. 영어의 중요성을 권유한 대학교수
오사카 대학의 마츠오 다케티요 교수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다나카는 난생 처음 영어로 논문을 작성했다. 그가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연구한 동료들이 첫 번째 도우미 덕분이고, 두 번째는 그의 연구 성과를 세계에 널리 알려 준 코터 교수 덕분이고, 마지막으로 영어로 논문을 쓰도록 권유한 마츠오 교수 덕분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노벨상의 기준은 영어로 기록된 논문 기재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하더라도 영어로 기록을 남기지 못한다면 그 업적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작고도 작은 지구촌의 논리다. 이 일을 계기로 다나카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팀워크를 소중히 하는 것 자체는 우리의 강점이지만, 팀의 내부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우물 안 개구리로 그쳐서는 안 되며, 바깥 세계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이 에피소드의 강조점은 절대 영어가 아니다. 물론 영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은 없다. 그렇기에 샐러던트들의 절대 다수가 아직도 영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영어를 포함하면서도 영어 그 너머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외부관점”을 말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영어는 내가 필요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다. 외부 세계와 연결되기 위한 하나의 도구다. 이 대비는 샐러던트 학습에 굉장히 중요한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데, 샐러던트들의 학습은 영어공부를 위한 영어공부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이런 경우라면 차라리 영어공부를 그만 끊어라. 그리고 외부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다른 공부를 하라. 예를 들면, 마케팅 전문가들과 연결될 수 있는 마케팅 대학원을 다녀라.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영어 학습 시간에 차라리 마케팅 학습 동호회에 참가하라. 중요한 것은 고립된 섬처럼 학습을 위한 학습 즉 죽은 학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의 물고기처럼 살아있는, 외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그런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부관점의 학습은 살아있는 학습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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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동양그룹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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