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소년이 풍차소년이 되다

그는 초등학교만 겨우 나온 소년이었다. 중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집에 돈이 없어 더 이상 다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날마다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들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던 도서관에서 <에너지 이용>이라는 책을 보았다. 거기에는 풍차가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풍차가 있으면 저녁 일곱 시에 잠자리에 들지 않아도 될 것이고, 엄마는 1년 내내 뜰에서 토마토, 감자, 콩 등을 길러 먹거나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을 것이고, 결국 그는 다시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풍차를 만들겠다는 열정 하나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는 학교 등교대신 쓰레기장으로 출근했다. 쓰레기 더미에서 커다란 트랙터 송풍팬을 발견했다. 그건 회전자로 안성맞춤이었다. 플라스틱 풍차 날개를 트랙터의 금속 날개에 볼트로 연결 할 수 있었다. 거대한 쇼바도 발견했다. 그걸 엔진에 세게 부딪쳤더니 속에서 피스톤이 나왔다. 그걸 날개에 용접하여 완벽한 축을 만들 수 있었다. 며칠 동안 맨 손으로 쇠를 만지고 부수고 쪼였더니 손이 부르트고 피가 났다. “우리집 애들이 얘기하던 쓰레기장의 미친 애야!”라는 이웃들의 이야기도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런 아픔들은 참을 수 있었다. 풍차를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는 가족들과 이웃 서른 여명을 초청했다. 바람이 일정하게 불자 사슬에 묻은 기름과 녹은 플라스틱 냄새가 풍겨 오면서 트랙터의 송풍팬이 돌기 시작했다. 그는 한 손으로 가로대를 감싸 잡고 다른 손으로 전구를 든 채 기적의 순간을 기다렸다. 전구가 깜빡이더니 이내 밝은 빛이 계속되었다. 그의 열정이 드디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가슴이 터질 겉 같았다. 그렇게 그는 자퇴소년에서 풍차소년으로 거듭났고, 지역신문에도 나오고, TED 연설자로도 올라 박수와 환호도 받았다. 월스트리트 저널, BBC, CNN 등의 언론들이 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기업가들의 후원이 이어졌고, 그는 세계를 놀라게 한 주인공이 되었다. 아프리카 말라위라는 작은 나라의 한 농촌에 살고 있는 윌리엄 캄쾀바의 이야기다. 그가 보여준 미친 열정의 힘은 어떤 의미인지 함께 살펴보자.

 

임원이라면 열정으로 교감하라

REI는 레저용품 유통 전문점이다. 시애틀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약 26천 평 규모의 본사 매장은 150m 길이의 하이킹 오솔길이나 20m 높이의 인공암벽 등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REI는 매장 직원들의 열정으로 더 유명하다. 직원들 중에는 암벽등반 전문가나 경륜선수 출신들도 많아 초보자부터 숙련가들까지 다양한 수준의 고객들에게 자상하게 상담해줄 수 있다. 이들은 레저 스포츠가 좋아서 REI에서 하는 일을 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의 연장선상으로 놀이로 여긴다. 고객들은 이들의 능숙한 말솜씨 때문이 아니라 레저에 대한 열정에 감염되어 제품을 구입한다. 그래서 REI 매장은 쇼핑공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전문가와 고객들이 만나 열정과 체험을 공유하고 전수하는 문화 전시장에 가깝다. 이것이 레저용품 유통 전문점 REI의 본질이다.

최고 경영자나 임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직원들이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방법은 입의 연설이 아니라 몸짓으로 표현되는 열정이다. REI의 직원들이 열정적인 이유는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로이드와 앤더슨의 영향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 제품은 자연으로 뛰어나가도록 돕고, 우리는 고객들이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돕는 사람들이다.”며 질 좋고 값싼 등산 장비에 대한 열정을 피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처럼 직원의 열정은 돈으로 고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직 경영자와 임원의 열정 몸짓만이 직원의 열정을 불사르게 할 수 있다. 열정은 열정만으로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자라면 먼저 관찰하라

최고의 한국 양궁 지도자 중 한 명인 서거원씨는 감독시절 침묵을 가장한 관찰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열정을 불태웠다. 그는 처음으로 만나게 된 선수를 금메달감 선수로 만드는 열쇠는 자신의 조언이 아니라 선수의 열정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믿었다.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감독이라는 이유로 네 자세는 이걸 고쳐야 하고, 넌 어떤 문제가 있고등등의 지적부터 해 주었을 때 상대방이 일차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은 깨달음이 아니라 반발심이고, 이 반발심은 오히려 선수의 열정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관찰했다. 선수가 먼저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고 감독에게 도움을 청하면 그때서야 조언을 건넸다. 그러면 선수들은 저 감독님, 족집게 같다.”라고 입을 모으며, 그의 이야기에 경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한 기업의 관리자라면 조언보다 관찰이 앞서야 한다. 유능한 관리자라면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지적하는 것보다 먼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Not outside in But Inside out!”라는 리더십 격언처럼 본질적으로 열정이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관리자인 내가 멋진 조언을 주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날 때에라야 직원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열정이 보인다. 절대, 절대, 절대 스스로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열정은 관리자가 주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직원이라면 필기보다 노트하라

개그맨 김병만의 일화다. “이렇게 재미있는 친구들이 개콘에 나가야 하는데하며 영화 엑스트라 촬영이 끝나고 칭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시 같이 출연하고 있던 백제현 선배와 어시스트 작가가 개그콘서트에 추천을 해줬다. 어쨌든 그날 거기 있던 감독과 선배들이 다 웃었다. 감독이 물었다. “이런 아이템 몇 개나 있어요?” “150개 있습니다.” “에이, 거짓말 말고.” “여기 다 적어놨는데요?” 그는 감독에게 1번부터 150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개그 아이템을 빼곡하게 적어놓은 아이디어 노트를 건넸다. 감독이 개그 노트를 열고 처음부터 죽 훑어보더니, 바로 소리를 질렀다. “녹화 뜨자!” 그렇게 해서 생애 첫 방송무대에 올랐다. 처음에는 사무라이 논픽션이라는 제목으로 나가다가 대결로 제목을 바꿨다. 대결 이후 김병만은 달인 시리즈로 스타의 덤에 오를 수 있었다.

직원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임원이나 팀장 등 상사에게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의 내부에 숨어 있는 열정의 다이너마이트에 점화하지 않는 것이다. 회의 시간에는 상사의 말을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필기하려고 애쓰면서 정작 혼자 일하는 시간에는 자신의 열정의 아이디어를 노트에 적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병만씨가 보여주는 모범은 감독이나 PD가 시키지도 않은 150번까지의 자기 아이디어를 노트에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열정은 자신 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기 안의 열정을 노트에 기록하는 것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 뜨거운 여름이다. 열정의 다이너마이트로 시원한 폭죽을 쏘아 올리자.


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교육하고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교육전문가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직장인 프로 vs 포로 
홈피 : www.careernlife.com  
메일 : biztalk@empas.com

 

이 글은 LG디스플레이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