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식(커리어앤라이프코치, www.careernlife.com)
20세기가 변화(變化)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혁신(革新)의 시대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바뀌고 달라지는 것이 변화라면, 예전의 제품이나 서비스 심지어 조직이나 비즈니스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 혁신이다. 그렇기에 혁신이란 가죽을 벗는 아픔으로 기존의 것을 벗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화를 넘어 혁신을 할 수 있을까?
혁신은 질문이다 - 세일즈맨이 없는 기업, 아틀라시안
아틀라시안(Atlassian)은 기업 및 정부용 소프트웨어를 구축해주는 기업으로 호주 시드니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02년 오픈한 이 기업은 세계 50여국에 걸쳐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UN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고객으로 모시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에는 단 한 사람의 세일즈맨도 없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새로운 거래를 탐색하기 위해 세일즈맨들로 하여금 잠재 고객들을 방문하도록 한다.
하지만 아틀라시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틀라시안은 잠재 고객들이 자사의 제품 가운데 하나의 베타버전을 스스로 다운로드해 봄으로써 관계를 시작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관계를 시작하고 나면, 다운로드를 한 사람들 중 일부는 아틀라시안의 지원부서에 전화를 걸어 질문한다. 지원부서의 사람들은 전통적인 세일즈 방식처럼 할인을 제시하거나 장기 계약을 종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전화한 사람들이 그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잘 이해하도록 도울 뿐이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엔지니어들에게 전달된다. 엔지니어들의 주 업무는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해당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해하며, 고객들의 독특하고도 특이한 요구사항을 구축해준다. 이것이 아틀라시안의 모든 것이다.
혁신은 상상에서 출발한다. 많은 경우 상상은 전통에 기반하지만 전통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나 엉뚱한 질문의 형태를 취한다. 아틀라시안의 CEO 캐넌 브룩스도 마찬가지였다. “왜 모든 기업에는 세일즈맨만 세일즈 업무를 하는 것일까? 세일즈맨이 없는 기업을 만들 수는 없을까? 아니 모두가 세일즈맨이 되는 기업을 만들면 어떨까?” 이 질문으로 그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있다. 주변의 혁신 제품들을 보라. 비행기, TV, 스마트폰 등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제품은 엉뚱한 질문들에서 출발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내 손 안에 온갖 세상을 다 넣을 수 있을까?” 혁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자신의 작고도 세미한 내부의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소 엉뚱한 질문이라도 이를 파고든다. “왜 그래야 해야 하지?”,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상상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우리는 혁신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혁신은 링크다 - 화력발전소에서 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뒤 런던 시의회는 런던 시민과 기업들에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몇 개의 대규모 발전소를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그 중 하나가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모태가 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다. 템스 강변에 우뚝 솟아 있으며, 세인트 폴 대성당과 마주 보고 서 있다 하여 당시의 사람들은 산업 대성당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 발전소는 석유파동과 심각한 공해문제로 1981년 운영이 중단되어 런던의 흉물로 남아 있었다.
영국 정부는 이곳에 미술관을 건립하고자 공모전을 열었다. 안도 다다오와 램 콜하스 등 세계적인 건축가를 제치고 스위스의 무명의 작품이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이들의 리모델링 포인트는 기존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 모습을 최대한 살려, 발전소의 건축적 가치와 런던 역사의 상징성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발전소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99m 높이의 굴뚝, 길이 152m, 폭 24m, 높이 35m의 건물을 위해서 사용된 약 4,000만 개의 벽돌, 그리고 세로로 길게 난 창문들을 그대로 두었다. 다만 지붕에 기다란 반투명 유리 구조물을 얹어 건물 내부의 자연채광을 끌어들여 미술관으로써의 신비로움을 더한 정도다. 물론 내부는 미술관의 기능을 위해 완전히 리모델링되었다.
혁신은 질문에서 시작하여 링크로 발전한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우리에게 던지는 혁신의 메시지는 연결 즉 링크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두 가지 의미의 링크를 보여 주고 있다. 첫째, 산업과 예술의 연결이다. 석탄산업과 함께 세계의 산업문명을 주도했던 영국의 과거 상징이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에 미래의 첨단 예술과 문화를 담아내어 영국의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 과거와 미래의 링크다.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태양이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21세기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대개의 경우 혁신이라 함은 기존의 것을 무시하고 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오해다. 오히려 기존의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혁신이다. 혁신은 기존에 존재했던 본질을 미래의 고객들이 환호할 새로운 것으로 재해석을 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혁신은 현재를 유심히 관찰하고 살피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우리 자신에게도 물어보자. “우리 회사의 과거의 영광은 무엇이었나?”, “우리 회사의 미래의 먹거리는 무엇인가?”, “이를 위해 나는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새로운 링크를 거는 것, 이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혁신은 일상이다 - 생각을 여는 연필회사, 파버 카스텔
고흐의 마음을 훔친 연필 한 자루의 이야기에서 시작해보자. “이 연필은 이상적이라고 할 만큼 단단하면서도 매우 부드러워. 목공용 연필보다 색감도 훨씬 좋지. 언젠가, 재봉사 소녀를 그릴 때 이 연필을 썼는데, 석판화 같은 느낌이 정말 만족스럽더라고. 게다가 한 자루에 20센트밖에 안 해.” 빈센트 반 고흐가 친구 안톤 반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 중 한 부분이다. 고뇌에 찬 예술가 이미지가 강한 고흐의 마음을 완벽하게 훔친 연필은 바로 ‘파버 카스텔(Faber-Castell)’이다.
연필심의 강도와 굵기 등에 편차가 심한 연필에 HB라는 표준을 정하고, 연필심의 경도에 따라 2H, H, HB, 4B 등의 연필도 따로 생산한 세계 최초가 바로 파버다. 또한 연필이 책상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최초로 육각형 모양으로 만든 것 역시 파버다. 업계 표준이 된 파버의 원동력은 남다른 생각 덕분이다. 남들은 ‘연필은 문자를 적는 도구’라고 생각했지만, 파버는 ‘연필은 생각을 여는 창’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파버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을 여는 연필은 필기감이 부드러운 연필이다. 글을 쓸 때 필기감이 좋지 않으면 거기에 신경 쓰느라 집중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생각을 여는 연필은 연필심이 잘 부러지지 않는 단단한 연필이다. 연필심이 부러질 때마다 생각의 맥도 뚝뚝 끊기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파버 카스텔은 생각을 여는 최고의 연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혁신은 질문에서 시작하고, 링크로 시작하고, 일상에서 마무리된다. 파바 카스텔은 1메가파스칼(MPa)은 1㎟당 100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도로 정의하고 HB 연필은 50g을 견딜 수 있게 제작하였다. 파바 카스텔의 50g은 생각을 여는 창의 첫 시작이었다. 우리의 비즈니스와 삶도 마찬가지다. 50g이라는 숫자를 만들어 내기까지 우리는 일상에서 매일 같이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파버 카스텔처럼 우리만의 독특한 표준 숫자에 이를 수 있다. 이 표준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의미하게 보이는 일상의 지루함에서 탄생한다. 일상의 지루하고도 반복적인 업무는 표준 숫자로, 그 표준은 혁신으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이 일상을 어떤 이는 루틴(routine)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카이젠(kaizen)이라고 부른다. 무엇이라 불러도 상관없다. 매일같이 그 시간이면 그 장소에서 어김없이 그 일을 하는 루틴이든, 매일같이 작은 문제점을 찾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카이젠이든. 핵심은 매일의 노력이다. 우리 자신에게도 물어보자. “나는 나만의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루틴이 있는가?”, “이 루틴 속에서 나는 매일의 카이젠을 만들고 있는가?”, “매일의 카이젠에서 나는 새로운 혁신의 먹거리를 찾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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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일과 사랑의 지혜를 상담, 교육,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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