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일하고 싶다는 김 과장 이야기
김과장은 서울소재 유명 사립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유명 사립대에서 성적도 좋아서 A 대기업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 졸업하자마자 장학금을 받았던 A 대기업으로 바로 취업했다. 그곳 연구소에서 5년을 일했다. 사장 상까지 받았던 장래가 촉망되는 그가 어느 날 사표를 쓰고 회사를 나왔다. 평소에 잘 따랐던 선배가 반도체장비 관련 벤처 창업을 하니 돕는다는 핑계를 대었다. 하지만 속마음은 자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선배가 하는 사업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기 사업에 대한 실전경험을 쌓고 싶어서였다. 그 욕망에 따라 대기업의 편안한 생활을 스스로 버리고 벤처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
대기업에서는 대리였지만, 벤처 회사에서는 바로 부장이 되었다. 10여명으로 시작한 벤처는 3년도 안되어 1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소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더 이상 회사는 크지도 않았고 그에게 높은 일자리나 연봉을 주지는 못했다. 부장에서 이사로 승진은 했지만 명칭 승진뿐이었다. 자신이 사업거리로 생각하고 있던 아이디어도 회사를 위해 선배에게 내어주고 열심히 달렸지만, 더 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벤처생활 8년 동안 ‘사업은 만만치 않다.’는 평범하지만 깊은 깨달음을 얻고 회사를 그만 두었다.
운 좋게도 그는 첫 직장의 경쟁사인 B 대기업 과장으로 재취업을 했다. 회사에서는 그의 경쟁사 경험과 벤처 경험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중에 자기 사업을 할 사람이 왜 대기업으로 재취업을 했느냐는 지인들의 질문에는 벤처에서 얻은 경험이 중요하지만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유리하다고 맞받아쳤다. 창업을 위한 새로운 아이템을 획득하면 50세에는 자기 사업을 할 것이라는 데드라인도 세웠다.
문제는 아내의 반대다. 아내의 주장은 이렇다. “지금 당신 나이 39, 나는 35, 아들은 9, 딸은 5세다. 그때면 아들은 대학생이고 우리 딸은 초등학생이다. 조용히 회사 다니면서 월급과 아들 녀석 대학 등록금을 회사에서 받아오면 당신 역할 다 한 거다. 그 다음은 내 차례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아내는 미술을 전공하여 지금은 개인지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실력도 있어서 월 400만원은 거뜬히 벌고 있다. 김 과장이 퇴직하면 그 돈으로 미술학원을 창업하여 월 1000만원도 벌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과장의 핵심 질문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가?’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느냐?’였다. 결국, 창업을 한다는 것은 일을 가장 오래 할 수 있는 김 과장만의 방법론이었던 셈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이다 해서 퇴직 압력이 들어올 것이다. 이때 당당히 깨끗하게 사표를 쓰고 나가서 창업으로 자기 일을 해보고 싶다는 김 과장!
교육 장면이나 상담 장면이나 혹은 개인적인 만남에서 내가 만나는 직장인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수 많은 김 과장들을 만난다. 퇴직 시점을 가급적 뒤로 미루고 싶고, 퇴직을 하게 되더라도 남들 보란 듯이 자기 사업을 하나 차리고 싶은 것이 직장인들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김 과장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먼저, 가족 특히 아내 준비다.
김 과장에게 ‘김 과장 나이 오십일 때 가족들의 상황’을 질문했던 점이 코칭의 전환점이자 기폭제가 되었다. 일, 창업, 자기 사업이라는 주제로만 단편적으로 김 과장과 함께 했더라면 이 코칭은 지루하고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족 상황이라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자 김 과장은 자신의 속마음을 더 깊이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 직장인들에게 가족은 일을 하는 원동력이자 이유다. 그래서 나는 커리어 코칭을 할 때 가족 상황을 늘 배경 질문하기를 잊지 않는다. 그 배경 질문이 김 과장처럼 전경 질문으로 전환되는 때가 있다. 이때가 가족이라는 관점에서 한 사람을 케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래서 나는 김 과장에게 아내 보험을 들라고 조언했다. 지금부터 아내와 하루 20분 대화를 나누는 것은 창업을 위한 경제적 대화이자 경제적 보험이기도 하지만, 나이 들어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적 대화이자 심리적 보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어느 조언보다 이 조언에 행복해했던 김 과장의 얼굴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또한, 시간과 돈 준비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자기 사업과 관련된 공부를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뭐든 그냥 되는 일은 없다.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를 해두어야 한다. 나는 이를 ‘그 시간에는 그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한다.’라는 말로 그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잘 알고 있지만 습관이 되지 않아 실천이 되지 않고 있는 김 과장이었다. 6시에는 일어나 1시간은 자기 사업을 했던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 도서를 읽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시간이 누적되어야 지식의 준비 그리고 마음의 준비가 되는 법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월급의 일정한 부분은 떼어 사업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나중에 펀딩을 받는다 하더라도 자기 돈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진정성이 떨어진다. 결국 시간과 돈이라는 오늘의 작은 실천이 모여 자기사업이라는 결단을 하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트 준비다.
‘하루를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올 것이야.’라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다. ‘좋은 날(데드라인)을 맞이하기 위해 올해는 여기까지 준비하겠어.’라는 생각이 자기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자세다. 하지만 이런 생각만으로는 진도가 안 나간다. 내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바는 ‘진도는 기록할 때 이루어진다.’는 사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기업경영의 진리는 기록되지 않는 것은 진도를 나갈 수 없다는 자기경영의 지혜로 적용될 수 있다. 김 과장은 자기 사업에 대한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한 선배들의 벤치마킹을 하고 난 뒤의 벤치마킹 일기, 창업을 한 사람들의 성공스토리를 읽고 난 뒤의 독서 일기, 아내와의 대화 후 드는 생각 일기 등을 노트 위에 기록할 필요가 있다. 머리 속의 생각은 달아나지만 노트위의 생각은 그 페이지를 여는 순간 다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속성이 담보되어야 10년 후의 자기 사업을 꾸준히 준비할 수 있다. 노트 위의 생각은 그 어떤 생각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김 과장이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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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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