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한자로 보는 경청의 의미
영어 표현으로 듣는다는 말에는 Hear와 Listen 두 가지가 있다. 이 두 단어의 차이는 의지의 차이다. 즉 Hear는 듣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는데 그냥 소리가 들리는 것이고 Listen은 듣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듣기 평가를 할 때 Listen carefully라고 하지 Hear carefully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Hear와 Listen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의 Listen에 해당되는 한자어는 '들을 청(聽)'이다. 청(聽)은 임금님(王)의 귀(耳), 열(十) 개의 눈(目), 그리고 하나의(一) 마음(心)이라는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정리하면, 경청한다는 의미는 임금님의 귀와 열 개의 눈을 통해 한 마음으로 듣는다는 의미다. 영어 표현이든, 한자 표현이든 경청한다는 것은 의지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귀, 눈, 마음을 다하여 듣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경영 사례를 통해 경청의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1. 임금님의 귀로 경청한다
"내가 취임할 당시 IBM이 회생할 확률은 25% 미만이었다. 나는 IBM의 회장 자리를 거절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IBM과 함께 새로운 꿈을 꾸어보자는 내 안의 작은 소리에 결국 수락의사를 밝히고 말았다." 전 IBM 회장 루 거스너의 IBM에 대한 첫 기억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없다. 그는 당시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취임 초기에 약 8시간에 걸쳐 전략회의를 하는데 온갖 기술적 전문용어와 난해한 설명 앞에서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날 나는 심한 좌절감을 느꼈다." 전략회의 과정을 곰곰이 돌이켜보면서, 그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 길고 긴 회의시간 동안 고객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을! 큰 충격이었다. 그는 즉시 결론을 내렸다. "IBM의 꿈은 고객이다. 고객의 소리에 먼저 경청해야 한다." 이후 주요 거래선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그는 당시 회자되던 분할설을 일축하고 고객들에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결단으로 인해 IBM은 기사회생에 성공했으며, 지금까지도 160여개 나라에서 8만 명이 넘는 우수 인력이 시스템 구축과 컨설팅, 솔루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임금님의 귀로 경청한다는 것은 루 거스너처럼 큰 귀로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8시간 동안 귀를 쫑긋 세우고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8시간 경청을 통하여 루 거스너는 고객의 소리에 경청해야 한다는 비즈니스의 진리를 통찰할 수 있었다. 기억하라. 진리는 말하는 자의 편이 아니라 경청하는 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말하기를 먼저 하는가 아니면 경청하기를 즐겨하는가?

2. 열 개의 눈으로 경청한다
한 여자가 화가 난 듯 가게로 들어왔다. 그녀는 바지를 재단사 작업대에 던지며 말했다. "여기요! 2주전에 사간 바지예요! 아저씨 물건은 늘 이 모양이에요. 남편이 바지를 몇 번 안 입었는데 주머니가 찢어졌어요. 주머니 꿰맬 때 신경 좀 쓰세요!" 재단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그건 제 책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이 바지를 사서 입는 사람은 아주머니 남편뿐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매번 주머니가 뜯어지는 사람은 아주머니 남편뿐이군요. 아주머니 남편이 바지 주머니에 무거운 것을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겁니다." "제 남편이 바지 주머니에 뭘 넣든지 간에 그건 아저씨가 상관할 바가 아니에요. 아저씨 임무는 주머니를 튼튼하게 꿰매는 거고, 난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 바지, 내일 오후에 다시 와서 찾아갈게요!" 라고 말하고서는 아주머니는 가게를 나가 버렸다. 재단사는 테이블 위에 있는 바지로 가까이 갔다. 바지 뒤쪽 왼쪽 주머니는 멀쩡했다. 그런데 앞쪽 주머니 두 개와 뒤쪽 오른쪽 주머니는 모두 축 처져 있었다. 옷감에는 아무 손상이 없었지만 주머니의 이음새는 완전히 찢어졌다. '이 바지를 입고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도대체 바지 주머니에 뭘 넣어서 이 모양이지?' 그는 투덜대면서 뒷머리를 긁적긁적했다. 골똘히 생각하던 중 갑자기 그의 시선이 모포의 모서리를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구리 리벳에 꽂혔다. 그는 그중 두 개를 손으로 집어 찢어진 바지 주머니로 가져간 다음, 주머니 위쪽 좌우에 리벳을 올려놓았다.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모양새도 그리 나쁘지 않은 걸. 바로 이거야!' 재단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다음 날 바지를 찾으러 온 여자도 대만족했다.
열 개의 눈으로 경청한다는 것은 리바이스 원조 재단사 제이콥처럼 큰 눈으로 듣는 것을 의미한다. 제이콥의 눈이 구리 리벳에 꽂힌 것은 제품불만에 대한 진지한 경청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리바이스 청바지에 리벳이 달려 있는 진짜 이유다. 기억하라. 하나의 명품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생산자의 경청이 필수 항목이라는 사실을.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당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가?

3. 한 마음으로 경청한다
기업회의의 꽃 중의 꽃인 이사회의 회의 풍경은 이렇다.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원탁의 중역 회의실, 나이가 지긋하고 무뚝뚝하고 정장을 한 남자들, 그리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논리에 기반한 숫자와 그래프로 오가는 대화. 이런 이사회의 회의문화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회의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브라질 기업 '셈코'가 있다. 리카르도 세믈러가 CEO로 있는 셈코는 독특한 경영 스타일과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브라질 기업이다. 셈코의 이사회는 총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CEO인 세믈러와 임원 세 사람이 상임이사 자리를 맡고 있다. 그리고 두 자리는 관리자가 돌아가며 교대로 맡고 있고, 나머지 두 자리는 직원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데, 이 두 자리는 선착순에 따라 자리가 돌아간다. 신청을 가장 먼저 한 사람이 다음 번 이사회에 참석할 권한을 갖는 것이다. 세믈러는 참석자 모두에게 미리 의제에 대한 정보를 주고, 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동일한 투표권을 주어 자신들이 대표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 표를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사회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균등한 발언권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사회 회의 내용은 회사 직원이라면 어느 누구도 의사록 사본을 요구할 수 있다. 사본을 가지고 갈 수는 없지만 자유롭게 검토할 수 있다. 이런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셈코는 브라질에서 가장 별난 기업이면서도 가장 잘 나가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한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은 리카르도 세믈러처럼 큰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원 4명, 관리자 2명, 직원 2명으로 구성되는 셈코의 이사회는 마음을 다하여 관리자와 직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한 경영자의 마음이 내포되어 있다. 기억하라. 뛰어난 경영자는 진정한 경청자라는 사실을.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는가 아니면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 모두에 귀를 기울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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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 교육전문가, 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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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G디스플레이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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