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너무 일찍 터뜨린 이탈리아의 16강 샴페인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던 2002 한일 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이 열린 6월 18일 대전월드컵 경기장. 전반 18분, 이탈리아의 오른쪽 코너킥, 프란체스코 토티가 올린 공을 비에리가 달려들면서 헤딩슛! 골네트는 갈라졌고, 이탈리아에서는 샴페인이 터졌다. 하지만, 후반 43분 종료 2분을 앞두고 터진 설기현의 동점골과 연장전에서 터진 안정환의 역전골로 토티의 골은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 되고 말았다. 2002 한일 월드컵 골 분석 통계에 따르면, 후반 30분에서 종료 사이에 터진 골은 전체의 27%에 이른다. 이를 두고, 한국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를 확신하며 마음의 샴페인을 먼저 터트리고 있던 팀은 덜미를 잡히기 마련이며, 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격을 펼친 팀은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그래서 축구는 종료 휘슬이 끝날 때까지 마음의 샴페인을 미리 터뜨리면 안되는 법이다. 이런 일은 축구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과 LG와의 경기.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벌어진 이승엽 선수의 동점 3점 홈런과 마해영 선수의 끝내기 역전 홈런으로 LG의 샴페인 또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 경기의 여파로 LG는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삼성에 넘겨주고 만다.

이야기 2. S전자와 K화학의 억, 억, 억대 샴페인
현실의 샴페인이 아닌 마음의 샴페인을 먼저 터뜨리는 일은 기업경영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지금부터 10년 전의 일이다. 국내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S전자는 당기순이익으로 2조 5천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수치는 이 회사가 창업한 이래로 약 30년 동안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누적 합계 금액인 1조 7천억원보다 많은 것. 잔치가 벌어졌고 숨겨놓았던 마음의 샴페인이 터졌다. 예전에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첫 성공으로 인하여 한꺼번에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돈이 들어오자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 아무도 그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해외진출 사업비용도 방만해졌고, 시설과잉투자도 이어졌고, 회식은 비싼 술집에서 화끈하게 이루어졌다. 급기야 외환위기를 맞은 해인 1997년 당기순이익은 95년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새로 부임한 Y사장은 "부임해보니 모두들 술이 덜 깬 상태였다."고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비상경영 상태에 돌입했고, 단면적인 한 예로 절주(節酒) 지시까지 내렸다. 이후 S전자는 꾸준한 구조조정과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당기순이익 1조, 3조, 7조원을 돌파하였고, 지난해에는 10조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다른 기업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자. 국내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K화학. 이 회사 역시 10년 전에는 대박을 터뜨려 종로 일대 상가가 K화학 경기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K화학 직원들도 마음의 샴페인을 터뜨렸고, 이전에 누려보지 못한 특별상여를 몇 천만원씩 챙겼다. 해외사업도 잇따라 성사가 되었고, 드림팀도 구성되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워크아웃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급기야 주력공장을 경쟁사에 파는 수모를 겪었다. 이들은 아직도 그 달콤한 샴페인의 취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은 "옛날에는..." 하며 과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부서에도 없다. 그래서인지 현 시장의 반응은 냉정하다. "아직도 K화학이 있나?"

대대례기를 통해 본 두 가지 이야기의 교훈
S전자와 K화학의 사례는 '대대례기(大戴禮記)'라는 고전에 나오는 한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先憂事者後樂事, 先樂事者後憂事(걱정을 앞세우면 즐거운 일이 생기고, 즐거움을 앞세우면 걱정할 일이 생긴다.) 대대례기의 교훈대로라면, S전자는 작은 성공을 거둔 이후 걱정을 앞세웠고 K화학은 즐거움을 앞세운 결과이다. 대대례기의 교훈을 현 시대의 언어로 풀어 해석하자면 어떤 교훈이 될까? 그 교훈을 몇 가지 생각해보자.

Lesson 1. 오만한 성공, Hubris를 잊어라.
지난 90년대 초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이 될 때 미국 언론들은 그에게 "3H"를 조심하라고 경고했었다. 너무 잘 나가는 부인인 힐러리(Hillary), 당시의 주요 이슈였던 건강보험(Health Care)문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오만(Hubris)이었다. 이 오만(Hubris)은 아놀드 토인비가 자주 사용한 용어로, 한번 성공을 거둔 창조적 소수들이 그 성공에 오만하고 자만해 자기의 능력과 방법론이 모든 것에 통하리라고 착각하는 잘못을 일컫는 말이다. 토트의 전반 18분 골로 오만하고 자만했던 이탈리아는 경기 종료 2분을 앞두고 동점골을 내줬고, 연장전에서 결국 패하고 말았다. 10년 전 S전자의 2조 5천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당기순이익이라는 오만한 성공에 만족했더라면, 10조원이라는 더 큰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기업의 역사로 보건데, 30년 아니 10년 이상의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어내기가 그렇게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오만한 성공, Hubris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Lesson 2. 마지막 1% 엔돌핀을 잡아라
이탈리아가 먼저 첫 골을 넣었던, S전자가 사상 최고의 당기순이익을 내었던 이벤트와도 같은 이런 성공은 시작에 불과하다. 기업이 가고자 하는 길은 지속적인 성과창출과 지속적인 성공경험이다. 그렇기에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벤트와도 같은 성공경험이 일상적인 성공이 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도화한다는 것은 일시적인 성공방식을 일상적인 성공 노하우로 정착시킨다는 의미다. 새로운 성공방식이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공유된 가치로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곧바로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업의 실패는 바로 그 잊음에서 발생한다.
이는 직장인 한 개인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개인도 이벤트와도 같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체질화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금세 잊혀진다. 스티븐 코비는 이를 습관이라 하고, 나는 이를 마무리 노하우라 한다. 어떤 과제를 95%의 성공하는 것과 100%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 아무리 작은 과제라도 그것을 마무리할 때에는, 우리 몸 속에서 마무리 엔돌핀이 나와, 행복을 느낀다. 큰 과제일수록 그 행복감은 훨씬 더 커진다. 심리학에서는 그 역도 항상 진실이다. 마무리가 안 된 99%의 성공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조직이나 개인이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99%의 성공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마지막 1%의 엔돌핀을 잡아, 그것을 우리의 것이 되도록 제도화하고 체질화하는 것이다.

Lesson 3. 점심 내기를 걸어라.
"입사한 지 한 달 이상 된 직원에게 우리 회사의 사명(Mission)을 물어보세요. 대답하지 못하면 제가 10만원을 드립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한국리더십센터의 김경섭 대표의 말이다. 잠재능력개발, 고객만족, 시너지, 신뢰성, 효과성이라는 5가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한국리더십센터는 '우리는 원칙 중심의 리더십을 통하여 개인과 조직의 성공을 돕는다.'라는 간결하고 명확한 사명선언문을 작성했다. 한국리더십센터의 김 대표로부터 배울 수 있는 '내기' 교훈은 다소 자극적이지만 의미가 크다. 내기를 통해 우리가 터뜨린 샴페인이 적절한 시기인지 혹은 너무 빨리 터뜨린 샴페인인지를 테스트할 수 있다. 그러므로 CEO, 임원, 혹은 팀장 리더들이여, 한국리더십센터의 김 대표처럼 조직의 외부 사람들과 내기를 걸어라. 두 사람 이상이 있는 곳에서 각각 물어 5초안에 같은 언어로 우리의 비전을 말하지 못하면 내가 점심을 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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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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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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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쌍용건설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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