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가,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그리고 인기화가의 비밀
199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오에 갠자부로라는 일본 작가가 있다. 많은 평론가들은 오에 갠자부로를 인간 심성의 깊은 아픔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여 묘사하는 작가로 평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의 심안을 열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뇌성마비 아들 때문이다. 그가 작가로 등단한 지 5년 쯤 되었을 때 낳은 아들이 뇌성마비였다. 장애를 가진 아들, 그것도 뇌성마비 아들을 키운다는 것은 너무나 무거운 짐이요 괴로움이었을 것이다. 잠시라도 돌봐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아이를 가리켜 사람들은 그의 인생의 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에 갠자부로는 이렇게 고백했다. "만약 나에게 끊임없이 돌봐야 하는 이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이런 작가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 아이를 돌보면서 인간 심성의 깊은 아픔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전적으로 이 아이 덕분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는 역대 대통령 네 명의 기념관이 있다. 미국을 세운 조지 워싱턴, 미국 독립선언문을 만든 토머스 제퍼슨, 노예를 해방시킨 에이브러햄 링컨, 그리고 20세기 백년간의 역대 대통령으로는 유일하게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기념관이다. 루스벨트는 부장 판사의 아들로 상류 가문에 태어나 사립학교의 명문 그라톤을 거쳐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그리고 세상에 알려진 대로, 그는 39세 때 소아마비로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 소아마비에 걸리기 전까지는 귀티가 물씬 풍기는 차가운 성격의 정치인이었지만, 이후에는 이러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따뜻하고 온화한 사람이 되었다. 루스벨트 기념관에 들어서면 휠체어에 앉아 있는 루스벨트 동상을 볼 수 있다. 그 동상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소아마비는 그를 강인하게 만들었으며 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고통을 나누는 마음을 가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인내심을 길러 주었다."
멕시코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여성 화가로서는 드물게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녀의 대표적 그림인 자화상을 들여다 보자. 그림 속 여인은 프리다 자신이다. 벌거벗은 채 서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그녀의 몸은 수직으로 절개되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척추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그리스식 철제 기둥이, 부드러운 살에는 날카로운 못들이 박혀있다. 화가는 왜 이처럼 참혹한 자화상을 그린 것일까? 그림처럼 그녀는 처참하게 찢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18살 때 그녀가 타고 가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는 바람에 중상을 입었다. 버스의 철제 막대기가 그녀의 등을 파고들어 반대편으로 관통했다. 요추와 골반뼈가 파손되고 오른쪽 다리뼈가 11개나 부서지는 치명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병석에 누워서도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그림을 그렸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과 상처, 예술과 사랑, 희망과 절망을 자화상에 표현했던 것이다.
이야기의 교훈. 상처 입은 치유자들의 진정한 성공
노벨 문학상 수상 일본인 작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그리고 멕시코의 인기 여류화가. 이들의 국적은 달라도 모두 그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으로 인해 문학인들의 조직, 미국의 정치 조직, 화가 그룹들은 새로운 성장을 맞게 되었다. 이 모든 성공 뒤에는 성장통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성장통은 고통과는 다른 개념이다.
성장통[成長痛, growing pain]을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갑자기 성장하면서 생기는 통증. 또는 그와 비슷한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 정의에서 빠뜨릴 수 없는 단어는 "갑자기"다. 어떤 고통이든 고통은 갑자기 다가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인생이나 비즈니스 현장에 "갑자기" 다가오는 어려움이나 고난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이는 이 고난을 성장통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단순한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이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나 비즈니스 현장에 다가오는 고난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좀 더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중립적인 것이다. 우리는 사건 그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다만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뇌성마비 자녀를 둔 아버지는 고통스러운가? 아니면 그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기 위한 즉 또 하나의 성장을 이루기 위한 성장통인가? 잘 나가든 정치인이 갑자기 소아마비가 된다면 이는 고통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경제대공황 앞에서 절망하고 좌절하는 국민들을 격려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성공을 위한 성장통인가? 꿈에 부푼 소녀의 교통사고는 단순한 고통인가? 아니면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성장통인가?
단순히 돈만 많이 벌어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성공인들은 늘 고통을 성장통으로 해석한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생과 비즈니스 현장은 고통없이는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통과 절망을 통해 인간의 고귀한 가치인 아픔에 동참하는 마음, 용기, 끈기, 도전정신 등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격은 평범하고 보통의 사람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고통을 나누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다. 무엇보다 갑자기 찾아온 고통과 싸우면서 습득한 도전 정신과 대담성은 새로운 비즈니스 세계에 맞서 도전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제공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이나 비즈니스 현장에 갑자기 찾아온 고통이라는 손님은 우리의 삶이나 비즈니스의 안목을 깊게 만드는 선물이다. 영성 작가 헨리 나우웬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고통을 통하여, 성장통을 경험할 수 있고, 결국엔 모두가 '상처 입은 치유자' (the wounded healer)가 될 수 있다. 그대의 삶이, 상처뿐인 삶이 아니라 상처 입은 치유자의 삶이 될 수 있기를 간곡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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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폴리텍대학교 학교지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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