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를 횡단한 산악인 이야기
1971년생으로 HAG(히말라얀 아트 갤러리) 대표를 맡고 있는 박정헌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산악인이다. 그는 우리나라 고산 거벽등반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인물 중 한 명이다. 히말라야의 난벽으로 꼽는 안나푸르나(8,091m)와 에베레스트(8,8848m)를 올랐고, K2(8,611m)는 무산소로 등정하였고, 시샤팡마(8,027m)는 아예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였다. 이런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히말라야의 촐라체(6,440m) 등정은 그의 인생의 일대 전환점이 되었다.
히말라야의 난공불락으로 불리는 이 거벽은 등반이 시작되는 해발 4,900m 지점에서 정상까지 고도차가 1,500m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그는 후배 최강식과 함께 이 수직의 벽을 속공으로 나흘만에 올라 정상에 섰다. 하지만 하산 도중 최강식이 커다란 얼음 틈 사이에 빠졌다. 둘을 묶고 있던 줄이 서로를 휘감고 얼음벽에 부딪히는 바람에 최강식은 두 다리가 부러졌고, 박정헌은 갈비뼈가 부러졌다.
한 사람이라도 살기 위해 자일을 끊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박정헌은 끝내 끈을 끊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얼음 바닥을 기어서, 뒹굴며, 때로는 추락의 상황에서도 간신히 안전지대로 내려왔다. 등반은 성공했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박정헌은 사고의 후유증으로 손가락 여덟 개를 한두 마디씩 절단하고 일부 발가락도 잘라 냈다. 최강식은 양쪽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절단해야 했다. 이후 박정헌은 패러글라이딩으로도 히말라야 횡단에 도전했고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 2,400km를 횡단한 산악인이 되었다.
이야기의 교훈. 비전의 3요소로 그려라
등반가들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은 명확히 눈앞에 보이는 정상이라는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정상이라는 그림의 비전을 공유했을 때 조직 구성원들은 실질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고 한걸음씩 실행에 들어간다. 한계와 시행착오 속에서도 오르기를 멈추지 않는 산악인 박정헌에게서 비전의 3요소를 배워보자.
1. 관계의 씨앗에서 출발하라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는 순간에도 자일을 끊지 않고 함께 위기를 극복한 박정헌의 이야기는 비전의 시작점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비전의 시작점은 결코 리더의 가슴이나 머리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개인비전은 그와 같지만, 하나의 조직을 움직이는 조직비전은 관계의 씨앗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리더는 공감자이며, 경청자이어야 한다. 공감과 경청의 실패는 곧 비전의 실패이며 조직의 실패로 이어진다. 조직 리더십을 강의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조직의 리더들이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직원들이 포함된 조직의 미래 이미지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열정과 그들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어야 조직의 진정한 비전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직원들이 하지 않는 말까지라도 경청하는 자세가 비전공유의 첫 걸음이다. 리더가 마음에 품은 그림이 직원의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조직비전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 리더의 머리와 가슴이 아니라 관계, 공감, 경청이 비전의 첫 걸음임을 잊지 마라.
2. 이미지로 선명하게 그려라
박정헌의 마음 속 이미지인 산의 정상은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출발한 비전은 리더의 마음 속 이미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I have a Dream"이라는 그 유명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연설은 군중들의 마음에 있던 것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군중들의 마음에 있던 그것을 리더가 이미지로 그려낸 것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 이미지가 비전의 핵심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예전에 노예였던 부모의 자식과 그 노예의 주인이었던 부모의 자식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의 네 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그런 나라에 살게 되는 꿈입니다. 연방법 실시를 거부하는 앨라배마주가 변하여, 흑인 소년소녀들이 백인 소년소녀들과 손을 잡고 형제자매처럼 함께 걸어 갈 수 있는 꿈입니다.” 그림과 이미지 기법은 “성실, 창조, 인내”라고 판에 적힌 고3 학생들의 학급 급훈을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혹은 “티코 탈래 벤츠 탈래” 등으로 바꾸어 준다. 마음 속 이미지가 분명해지면, 비전도 분명해진다. 비전을 말하고 싶은가? 먼저 당신의 마음 속에서 그림을 그려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 그림을 그려 넣어라. 그리하면 50%는 성공이다.
3. 숫자로 목표문장을 만들어라
손가락 절단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의 히말라야 횡단 도전이라는 박정헌의 비전은 “목표문장으로 비전은 완성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BBQ의 비전 이야기는 목표문장이 어떠해야 함을 잘 보여준다. 당신은 알고 있는가? 우리나라 BBQ치킨이 세계 최대의 프랜차이즈 그룹이라는 사실을? 다음 글을 읽어보라. “중국의 뉴욕이라 불리는 상하이 공항. 공항 청사 정면에 걸려 있는 초대형 플래카드, ‘경축! 제너시스 그룹 창립 25주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3개월 전, BBQ 중국 내 가맹점 수가 1만 개를 돌파하면서, 전 세계 5만 개 가맹점이라는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그룹 제너시스의 꿈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행사장은 월드컵이 열렸던 상하이 월드컵 경기장. 1만 명의 가맹점 사장들과 그 가족들 3만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창립 25주년을 맞은 올해 초부터 중국 언론은 물론이고 CNN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한국의 토종 브랜드 BBQ가 가맹점 수와 매출액 부문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추월해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그룹으로 태어난 성장 비결을 집중 조명해왔었다.” 2020년의 BBQ 이야기이지만 이 글을 읽는 이마다 “언제 BBQ가 세계 최대의 프랜차이즈 기업이 되었어?”라고 묻게 만들고, 네이버 검색을 하게 하는 것은 숫자로 만든 목표문장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비전, 당신이 속한 조직의 비전은 무엇인가? 숫자로 목표문장을 만들어보라. 그 비전은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조직의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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