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MS, 디지털 리서치의 DOS 협상 이야기
1980년 IBM은 플로리다에서 퍼스널컴퓨터 개발이라는 야심찬 새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하얀 와이셔츠와 검정색의 정장을 입은 IBM 비즈니스맨 두 명이 디지털 리서치(Digital Research, Inc.)를 방문했다. 그곳의 사장 게리 킬달(Gary Killdall)을 만나 디지털 리서치의 도스(DOS, Disk Operating System)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도스는 윈도우즈(Windows)가 나오기 전의 운영체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니까 도스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IBM 컴퓨터라도 기계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킬달은 잘 알고 있었다.
당시 IBM은 거대 기업이요 절대 강자였다. 제 3자들은 킬달이 조금만 고개를 숙이고 IBM과 거래하면 큰 수익과 특권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주었다. 하지만 킬달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그렇듯, 킬달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IBM의 사업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보았다. 그런 마당에 IBM에서 디지털 리서치로서는 부담스러운 ‘기밀 유지와 비경쟁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거래에 관한 얘기를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이에 킬달은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고 협상을 거부했다. 자신의 힘을 자신한 IBM과 자신의 가치를 자신한 킬달은 아쉬운 쪽은 상대방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협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고 말았다.
IBM이 두 번째로 문을 두드린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라는 땅콩만한 기업이었다. 당시 MS는 디지털 리서치보다 더 작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MS는 최소한 당시로선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인지를 분명히 알았다. IBM은 심술궂은 기밀 유지 합의서를 MS에 제시했고 창립자 빌 게이츠는 기꺼이 거기에 서명했다. 사실 MS에는 IBM이 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없었다. 빌 게이츠는 이 비즈니스를 위해 다른 업체로부터 소프트웨어를 사들였다. 이렇게 성사된 거래는 MS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정복하고 게이츠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발판이 되었다.
협상 당시 게이츠는 상대인 거인의 장점을 오히려 이용했다. IBM이 원하는대로 MS-DOS 사용권을 10만 달러 이하로 넘겨주면서 가격 싸움이라는 전투를 IBM에 내주었다. 대신, MS는 소프트웨어 코드의 궁극적인 소유권 싸움이라는 전쟁을 챙겼다. IBM은 같은 소프트웨어를 일정기간이 지난 다음 다른 컴퓨터 제조업체에도 팔 수 있는 소유권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거인 IBM은 어차피 경쟁자들을 무너뜨릴 계획이었으므로 빌 게이츠에게 그런 권한이 돌아가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그저 빌 게이츠에게 몇 푼이라도 덜 주는 것이 IBM의 주된 관심사였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자신의 자존심을 접고 오늘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선의 거래를 이끌어내며, 멋진 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IBM, MS, 디지털 리서치의 DOS 협상 이야기는 우리가 경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협상이라는 관점을 통해 경영을 다시 정리해보자.

1. 경영은 오늘의 성과에 기초하여 미래의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여준 협상의 첫 번째 진수는 오늘의 최선을 바탕으로 내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혹은 오늘의 성과에 기초한 미래의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 말은 내일의 가능성이나 미래의 기회는 오늘의 최선이나 성과를 바탕으로 나온다는 말이다. 디지털 리서치의 내일의 가능성은 오늘의 성과에 기초하지 않았기에 결코 일어나지 않은 신기루에 불과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늘의 작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일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MS DOS라는 오늘의 협상은 다소 실망스러운 혹은 다소 아쉬운 협상이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것이 최선을 다한 오늘의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렇다. 오늘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선의 거래를 이끌어내면 내일의 가능성은 거의 무한대로 뻗어간다. 그러나 오늘 거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새로운 문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

2. 경영은 작은 전투를 내주고 큰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여준 협상의 두 번째 진수는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챙기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작은 사용권을 내주고, 큰 소유권을 챙긴 것처럼 말이다. 경영이란 자사 혹은 나만의 이익을 챙기는 1차원의 방정식이 아니다. 그렇다고 타사 혹은 상대방의 이익만 보장하는 그런 2차원의 방정식도 아니다. 경영이란 자사와 타사 혹은 나와 너 모두의 이익을 최대화해야 하는 3차원의 방정식이다. 3차원의 방정식에서 승리하는 기업이나 성공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작은 전투를 내준다. 그리하여 타사나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고, 비즈니스 거래가 가능함을 알린다. 디지털 리서치와 같이 작은 전투에서 100%의 승률을 이루고자 하는 기업이나 사람은 절대 큰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그 전에 모두가 주변을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이제는 작은 이익이나 전투를 내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이 큰 수익과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주는 포용경영의 시대다.

3. 경영은 합의하는 것이다.
협상이란 서로 다른 욕구와 견해를 가진 두 명 이상의 당사자가 상호이해가 걸린 문제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협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경영은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부하는 이런 내용으로 이렇게 일을 처리하겠다고 상사와 합의한다. 우리는 이것을 경영의 과정이라 부른다. 나와 너만의 관점이 아닌, 나와 너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합의하기 위해서는 협상의 3대 변수인 정보, 시간, 힘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기 위한 연습,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고자 하는 연습, 그리고 좀 더 영향력 있게 커뮤니케이션하고자 하는 연습이 우리 직장인들이 매일 훈련하고 단련해야 하는 경영연습이다. 내가 필요한 열을 받고 상대방이 필요한 하나를 줘도 상대가 만족한다면, 이것이 훌륭한 협상이요, 경영이다. 왜냐하면, 협상이나 경영은 공정하지만 균등한 거래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억하라. 공정하되 불균등의 만족을 얻어내는 게임이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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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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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전KPS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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