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합창단
2010년 7월 8일 창단하여 그해 9월 3일 해체한 합창단.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온 국민의 눈물을 쏙 빼놓고 큰 감동을 안겨준 합창단.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다. 악보도 잘 읽지 못하는 남자의 자격 멤버 7명, 개그맨 신보라, 격투기 선수 서두원, 방송PD 고중석, 아나운서 박은영, 가수 배다해 등 다양하고도 이색적인 경력의 서른 세 명으로 이루어진 합창단이다.
그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위해 두 곡을 준비했다. 하나는 넬라 판타지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애니메이션 메들리. 넬라 판타지아는 악보도 보지 못하고 음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단원들이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의 자격 합창단원들은 선생님의 시범을 녹화 혹은 녹음하고 그대로 따라 부르는 연습으로 이 곡을 외웠다. 합창의 ㅎ자도 모르는 이경규와 늘 어리둥절해하는 김국진, 그리고 천상의 목소리 배다해와 폭발적인 가창력의 선우 등이 함께 모여 최악의 상황에서도 합창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감동으로 보여주었다. 애니메이션 메들리는 가장 남자의 자격 합창단다운 유쾌 상쾌 통쾌한 곡이었다. 가장 자기다운 발랄하고 신나는 곡에 깜찍한 율동까지 더하여 합창의 재미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 두 곡으로 합창단원이나 시청자들 모두가 감동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선생님 우리예요. 오합지졸 합창단. 시끄러운데다가 말도 지지리 안 듣던 서른 세 명의 우리들. 노래 하다가 하나가 된 우리들의 하모니.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거예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합창대회를 마치고 합창단 해체를 앞두고 지휘자 박칼린 감독에게 보낸 단원들의 사랑의 메시지다. 박칼린 리더십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대중의 인기를 받은 박칼린 감독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프로그램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가보는 것”이다.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경쟁보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도전의 한계에서 온 국민들은 박칼린 감독과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 열광한 것이리라.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악기, 목소리. 그 목소리가 어울리고 어울려 하나가 되어 가슴을 울리는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그 감동에 이끌려 필자인 나도 고등학교 때부터 아마추어 합창단 지휘자를 하기도 했었다. 우리가 함께 본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통해 합창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합창의 의미를 통해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조직의 하모니를 함께 생각해보자.

1. 합창은 절제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마추어 합창단을 지휘하면서, 지휘자의 입장에서 내가 가장 먼저 강조하던 핵심 키워드는 절제다. 특히 주 멜로디를 끌고 가는 소프라노 파트와 고음의 바깥 꾸밈음으로 하모니를 만들어야 하는 테너 파트에게 절제는 필수품목이다. 자기가 소리를 내고 싶은 대로 밖으로 마구 소리를 질러대는 그런 음악은 합창이 아니라 소음이다. 자기 소리를 안으로 끌어당기는 그런 노력이 절제의 합창을 만들어낸다. 절제된 합창은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고, 절제되지 않은 합창은 소음을 만들어 낸다. 절제가 필요하기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화합이라는 합창을 부르기 위해서는 모든 조직구성원들이 모두가 주 멜로디를 담당하는 소프라노 파트인양 자기만의 행동을 마구 쏟아 부어서는 안된다. 특히 임원이나 팀장 혹은 핵심인재들과 같이 조직을 주도하는 조직구성원들은 비주류 동료의 관점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그런 절제된 행동을 함으로써 조직의 화합을 이루어 낼 수 있다.

2. 합창은 표현이다.
소프라노 파트와 테너 파트에게 절제가 강조된다면, 알토 파트와 베이스 파트에게는 그 반대인 표현을 추구해야 한다. 이 두 파트의 소리는 화음을 위한 단조로운 음들이 많다보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의 적절한 자기표현이 필수다. 이 두 파트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합창은 모두가 한 소리를 내는 제창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적절한 자기표현은 조직의 화합을 꿈꾸는 소외된 계층에게 강조되어야 한다. 성과 좋고 목소리 큰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아이디어를 말로 표현하는 것)식의 조직운영보다는 모두가 자기 소리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도록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으로 적어내는 것)식의 조직운영을 고려해볼 만하다. 조직의 화합은 비직책자, 저성과자, 혹은 비정규직원들의 적절한 자기표현까지도 배려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3. 합창은 조화다.
절제와 표현의 시소게임인 합창은 이 둘의 중간 지점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조화의 정점에 지휘자가 있다. 소프라노 파트와 테너에게는 절제의 양을, 알토와 베이스 파트에겐 표현의 양을 조절해주는 사람이 바로 지휘자다. 그렇기에 합창 지휘자는 역량도 필요하지만, 합창단원들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품성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훌륭한 지휘자들은 역량의 칼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와 품성의 손에서 비롯되는 따뜻함이 어우러져 따뜻한 카리스마를 만들어낸다. 이 따뜻한 카리스마에 합창단원들은 전폭적인 복종으로 보답하여 합창의 하모니와 조화를 만들어낸다. 조직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휘자는 CEO다.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하자면 임원, 팀장 등의 경영자들이다. 모든 경영자들은 역량과 품성의 면에서 신뢰를 주어야 하고, 조직구성원들은 이들에게 복종해야 한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 그저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자가 진정한 합창단원이다. 왜냐하면, 합창은 조화라는 큰 감동으로 모든 것을 포용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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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폴리텍대학 학교지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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