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사에서 업무적응이 쉽지 않아요
그녀의 첫 직장은 병원이었다. 전문대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병원에 취업했다. 부모님과 친구들 모두 좋은 곳에 취업을 했다며 축하해주었다. 그곳에서 병원 업무 프로세스를 익히고 열심히 배웠다. 성격도 좋아 재활의학과 의사들과 물리치료실장, 그리고 간호사 앞에서 재롱잔치도 피우면서 친밀감을 키웠다. 그렇게 5년 정도 근무하고 나니 어느새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고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일은 젊을 때까지구나. 나이 들어서도 이 일을 계속 하기는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래를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해서 병원경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행히 회사의 배려로 야간 4년제 대학에 들어가 의료경영을 전공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의료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대학원에서도 참 열심히 공부했다. 단순히 학위를 따는 정도가 아니라 공부를 파고 들었다. 이런 그녀를 눈 여겨본 한 동문이 그녀를 의료컨설팅 전문기업에 소개해주었다. 종합병원을 떠난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학교에서 배운 공부를 제대로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첫 이직을 감수했다. 박사 및 석사 등 전문가로 이루어진 집단이라 배울 것이 많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의사와 물리치료사는 갑을 관계로 일했지만, 컨설팅 기업 특성상 의사와 파트너 관계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자신에게 작업 지시서를 내리던 의사들이 이제는 의료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사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병원경영 전문 컨설턴트로서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만난 또 다른 동문이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 “A통신사에서 병원 컨설팅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데, 옮길 마음이 있느냐?”라는 질문이었다. 현재의 병원경영 컨설팅이라는 일은 너무나 좋지만 작은 중소기업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A통신사로 가라는 부모님이나 아내의 조언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커가는 아이들에 대한 학비문제 등 현실도 고려해야 했고, 특히 여자이기에 대기업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포기할 수 없었다. 대형병원에서의 근무경력, 의료경영대학원이라는 학위, 그리고 병원경영 컨설팅이라는 현장경험을 경력으로 모두 인정받고 그녀는 당당히 입사할 수 있었다.
나를 만난 그녀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회사를 두 번이나 옮겨봤지만, 이렇게 큰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하려니 적응이 쉽지 않네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였다. 우리는 업무적응과 관계적응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대안을 탐색해 나갔다. 업무적응은 5점 만점에서 4점 이상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자기 평가가 뒤따랐다. 문제는 관계적응이었다. 대형 병원과 컨설팅 기관에서의 경력이 도합 10년 이상 되었지만, 그곳의 경험은 지금의 대기업 통신사와는 너무나 달랐다. 예전에는 좁은 범위의 사람들과 다소 오랜 기간 동안 관계를 맺어 왔다면, 지금은 너무나 폭넓은 범위의 사람들과 짧은 시간 동안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해야 했다. 그와 나눈 대화 속에서 나는 직장인 특히 경력사원의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었다. 그 지혜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째,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뢰다.
우리는 동료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을 때 우주의 거대한 은행인 인간관계은행에 예금도 하고 인출도 하고 혹은 대출도 받는다. 인간관계 예금이란 친절한 말 한마디나 행동, 혹은 호의적인 배려 등으로 타인에게 신뢰를 쌓은 것이다. 인간관계 인출이란 예금과 반대 개념으로 불친절, 무례, 독단 등의 잔고를 바닥나게 하는 불신의 행동들이다. 인간관계 대출이란 이제까지 쌓아왔던 신뢰관계 이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여 이를 빌려 사용하는 경우다. 얼마만큼의 신뢰 잔고가 있는지 자문해보자. 지금 당장이라도 거금을 인출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잔고가 바닥난 상태인지, 혹은 마이너스 대출을 받은 상태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 평소에 신뢰를 쌓는 작은 말 한 마디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일 일이다.

둘째, 조직 인간관계의 프레임은 문화다.
일반적으로 문화란 삶의 방식이다. 이를 업무 현장으로 적용하면 직장인에게 문화는 일하는 방식이자 업무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회사마다 문화가 달라 일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문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회사 고유의 일 처리 방식에 익숙하지 않으면 성과 창출이 어렵다. 특히 경력사원은 초반에 이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문화는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로마에 왔으니 로마의 법에 익숙해지자. 문화에 익숙해지는 좋은 방법은 그 회사만의 용어에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물리치료사와 병원경영 컨설팅 업무를 통해 여성적인 서비스 용어에 익숙한 그녀로서는 대기업 통신사의 절대 다수인 남자어로 말하는 연습도 게을리 말아야 할 것이다. 문화라는 프레임에 익숙해져야 업무 인간관계라는 일상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셋째, 업무 인간관계의 핵심은 친밀감이다.
업무 인간관계는 1:1 관계다. 그렇기에 아무리 전문지식이 있고 문화에 익숙해져도 1:1로 업무 당사자와 안면이 없으면 일 진행이 어렵고 더디다. 많은 직장인들의 하소연은 “인맥이 없어 일을 잘 할 수 없어요.”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업무상 관련 부서의 사람들과 접촉해서 자료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특히 경력사원은 사람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하려 하니 힘들다. 그러니 1:1 인간관계의 친밀감을 위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투자함에 아까워 말자. 때로는 친밀한 대화를 위해 커피도 사고, 보다 친밀한 관계를 위해 점심도 사고,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위해 저녁 술자리로 함께 즐겨보자. 이렇게 업무 관계가 친밀해질수록 업무의 성과도 자연스레 올라가는 법이다. 그대에게 묻고 싶다. 그대는 업무 당사자와 어제보다 오늘 조금씩 더 친밀해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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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 교육전문가, 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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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협회인 잡지인 혁신리더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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