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아요
그는 금융업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강도 높은 업무가 다소 불만이긴 했지만, 높은 연봉으로 위안을 삼았다. 또한 그곳에서의 첫 조직생활을 통해 회사라는 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의 무게감이나 발언권은 그리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말하는 일류대인 SKY 출신과 해외 유명대학 MBA 출신들이 많아서 자신에게 무게 있는 중요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 더 이상 회사에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취업 재수를 하여 지금의 통신 관련 대기업에 입사했다.
“생각 정리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마케팅입니다. 사실 마케팅을 전공했다고 해서 돈도 많이 벌면서 여가도 즐길 수 있는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힘들고, 무슨 자격증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공부를 더 해볼까 합니다.” 나는 그의 생각을 질문으로 바꾸어 표현하도록 권했다. “제가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다면, 우리 회사에서 노력한 것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인 심리학 공부를 그냥 해보는 것이 좋을까요?” 그의 질문은 해외가 아닌 국내 일반 MBA나 심리학 대학원 졸업장을 따기 위해서는 2년이라는 시간과 기회비용을 포함하여 약 1억 5천짜리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두 가지 관점에서 그에게 질문을 했다. 하나는 목표 관점에서의 고려였다. “회사를 퇴직할 때 나이가 몇 살쯤 될까요?” 그는 50대 초반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때 어떤 모습으로 퇴직하고 싶으세요?” “팀장 아니면 상무쯤이 아닐까요?”라고 대답하는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목표 관점에서 MBA나 심리학을 평가해보라는 말에 그는 “저는 무엇이든 배우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MBA 과정은 팀장이나 상무 역할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고, 심리학은 제가 배워보고 싶었던 학문입니다.”
이번에는 프로세스 관점에서 질문을 던졌다. “MBA와 심리학 중 어느 쪽에 더 많은 흥미와 에너지가 가나요?” “그야 당연 심리학 쪽이죠. 하지만, 그냥 너무나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생각하면 ‘아, 이건 아닌데.’하면서 어떤 탈출구나 대안으로서 심리학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마음을 헤아리며 난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모든 것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잖아요.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합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되고요. MBA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 투자뿐만 아니라 가정에 대한 소홀함도 고려해야 하는데, 임원이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마음먹기가 쉽지 않지요?”
그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자기 생각을 정리했다. “네, 맞습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데, 그걸 아직 제가 정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임원들 중에는 일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인간관계가 다소 삐걱거리더라도 밀고 나가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도 다소 포기해야 진짜 임원이 될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MBA를 한다고 하면,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들을 고민해보겠습니다. 가격에 합당한 지불을 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심리학 공부는 제가 스스로 조금씩 해야 할 것 같네요. 코치님 말씀대로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아요.” 그와의 이야기 속에서 나눈 커리어와 삶의 지혜를 한 해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대와도 함께 나누고 싶다.

1. 한 해를 정리하듯 커리어 정리의 시간을 갖자.
1년, 3년, 혹은 5년이든 자신의 커리어를 리뷰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커리어 도약을 위한 중요한 절차다. 정리란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 저기 흐트러져있던 커리어의 조각들을 질서 있게 끼워 맞추어 하나의 퍼즐로 조직하고 체계화하는 시간이 정리의 시간이다. 커리어의 준비기인 학창시절에 배운 것은 무엇인지, 커리어의 초여름인 입사기에는 무엇을 새롭게 얻었는지, 커리어의 초기인 입사 5년차 이하에서는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커리어 중기이자 여름의 절정기인 10~20년차 정도까지는 어떤 성과를 냈는지, 커리어 말기에는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름휴가로 대표되는 즐거움의 시간도 우리의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필요하지만, 겨울휴가라는 커리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정리의 시간도 필요하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혼자서 조용한 정리의 시간을 갖든, 인생의 멘토와 대화의 시간을 갖든, 혹은 전문 코치와 코칭 시간을 갖든 어떤 형태로든 커리어 정리의 시간을 가져보자. 한 번의 정리는 다음의 성장을 위한 큰 발판이 되는 법이다. 대나무가 매듭짓기를 통해 성장하듯, 우리는 정리의 시간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2. 정리의 핵심은 버리기, 커리어도 버리기가 필요하다.
정리의 핵심전략이자 시작은 버리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고 마구 버리는 것이다.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일수록 버리는 것이 확실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MBA 혹은 심리학 대학원 중 어느 곳을 선택한다는 것은 하나를 버린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때로는 어떤 것을 선택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와 가장 거리가 먼 것을 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이는 가을이 되면 가로수들이 나뭇잎에 영양분을 주는 것을 그쳐 낙엽으로 떨어뜨려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다. 우리의 커리어도 퇴직 이후 은퇴라는 커리어의 겨울이 오기 전에 더 이상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지 말아야 하는, 나와 가장 거리가 먼 것을 제거하는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한 해가 가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와 가장 거리가 먼 것에 나는 지금도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이 무엇인가? 나와 관련도 없는 영어 공부인가, 막연한 불안에 따른 자격증 준비인가, 혹은 남들 다 가니 나도 따라가는 대학원 진학인가? 한 해가 가기 전에 버릴 것은 확실히 버리고 내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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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 교육전문가, 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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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협회인 잡지인 혁신리더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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