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기가 정말 쉽지 않네요
그녀는 삼십대 중반의 직장 맘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6개월 된 경력사원으로서 사내 커리어의 방향성을 잡고 싶어 커리어 코칭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직장 맘으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지도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는 먼저 커리어 리뷰로 시작했다. “저는 지방 국립대와 서울소재 대학원의 전자공학과를 나와 제조업체에서 세 곳의 회사에서 휴대폰 단말 하드웨어 개발 업무를 십 년 정도 해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있던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관련업체인 모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경력사원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고요.” 이야기를 하면서 회사에 다닌 기간을 말할 때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걸 보니 자기 커리어에 대한 생각 정리가 깔끔하게 정리된 분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십 년 동안 자리를 세 번이나 옮기긴 했지만 자기만의 전문 분야가 분명하여 그리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도 되었다.
커리어 목표를 묻자 그녀는 “휴대폰 단말 하드웨어 일을 십 년 정도 해왔는데, 이제는 이 곳에서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없으니 어쨌든 단말 관련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녀의 요청에 따라 단말 관련 부서가 어떤 부서가 있는 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커리어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업무의 폭은 어느 정도이어야 할 지, 그리고 그 깊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업무의 폭과 깊이에 따라 그 부서에서의 경력 년수는 몇 년 정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계획을 세워보았다. “완성된 그림은 아니지만 초안으로서는 가치가 멋진 그림이네요.”라며 그녀는 좋아라 했다.
“그런데 사실 제가 언제까지 일을 할 것인지도 확신이 서지 않아요.”라며 그녀는 일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두 살 배기 남자 아이를 하나 두고 있다는 그녀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다음은 그 때 가봐야 아는 이야기이고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일과 삶의 균형 잡기가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주중에는 일과 삶을 9대 1로 두다가 주말이 되면 1대 9로 바뀌는 데, 모드전환이 쉽지 않더라고요. 계속 갈등이고 시련이네요.”라고 말할 것 같았는데, “네요”라는 다 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눈가에는 눈물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많이 힘들었어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녀는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 회사에서 서비스 중심의 트렌디한 회사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그리고 재벌 혹은 주인이 있는 기업에서 국민이 주인인 기업으로의 이동으로 인해 그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던 것 같았다. 무엇보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힘들어 합니다. 그리고 삼십대 중반의 그 시기는 경력질주의 시기와 어린 자녀 육아문제가 함께 겹쳐져 있어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테이블 위의 크리넥스를 건네며 그녀가 잠시 마음을 정리하도록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주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사소하지만 궁금한 사항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덧붙였다. 사내에서 부서이동은 어떻게 하는 지, 육아휴직은 어느 만큼 쓸 수 있는 지 등 상사나 혹은 주위 동료 분들에게 물어볼 수 없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평소 궁금한 것들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그녀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나도 직장 맘 경력사원의 빠른 적응을 응원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커리어와 라이프도 점검해보자.

그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연성 있는 실행력이다. 십 년 정도의 경력을 갖춘 자라면 자기 갈 길에 대한 밑그림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는 실행력을 해나갈 수 있지만, 그녀는 경력단절을 겪은 입장에서 지금까지 해 온 일을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새로운 일을 다시 해나가야 한다. 또한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해야 하고, 직장 맘이기에 일과 삶의 균형도 맞추어 가야 한다. 그렇기에 유연성 있는 실행력이 요구된다.

첫째, 유연성 있는 실행력은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업무 중에 나누는 대화와 피드백 속에서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숨은 실력을 보게 될 것이다. 그 대화와 피드백이 그녀의 평판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 평판은 짧게는 3개월 길어도 1년 안에는 어떤 이미지로 굳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업무 중에 나누는 대화와 피드백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쌓아온 실력을 대화와 피드백으로 보여주려는 주도성이 유연성 있는 실행력의 첫 시작이다.
그 대화와 피드백은 ‘약한 연결의 강한 힘’이 될 수 있다. 약한 연결의 강한 힘은 업무 중에 알게 되는 다른 사람과의 사소한 만남이 이직이나 부서이동 등의 큰 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회학 이론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업무 중에 만나는 사람과의 사소한 만남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특히 그녀와 같이 경력사원으로 들어온 경우는 이 만남에 의해 그녀가 그토록 경험하고 싶어 하는 새로운 일거리의 기회가 되는 직접적 통로가 되기 때문에 약한 연결이 강한 힘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사내 인맥형성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유연성 있는 실행력은 새로운 경력 목표를 요구한다.

‘단말 하드웨어 개발 전문가’라는 예전의 경력목표는 이제 의미가 없다. 코칭을 통해 그녀는 ‘단말을 잘 아는 ICT 서비스 기획자’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업무지식 이외에 새로운 지식과 스킬이 요구된다. 새로운 목표가 100% 그녀에게 맞는 목표는 아니지만 이 목표가 그녀의 새로운 지식과 스킬을 더욱 알차게 갈고 닦도록 하는 나침판 역할은 할 것이다. 어차피 경력목표는 유연성 있는 실행을 통해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법이니 조바심을 가지지 않고 차곡 차곡 경력을 쌓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삼십 대 중반의 직장 맘이라는 라이프적인 요소를 고려한 경력 목표를 잡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어린 자녀와의 감정적 소통을 위한 대화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그녀의 입장에서 무리하게 성공지향적인 경력목표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편이나 친한 친구 및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현실적이고 유연한 경력실행을 하다보면 가장 아름다운 자기만의 경력흔적의 길이 나있을 것이다. 어떤 흔적이든 가장 자기다운 길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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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 교육전문가, 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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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협회인 잡지인 혁신리더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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