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중년 신사에게 MP3 플레이어를 선물한 사원 이야기
어느 날 저녁 늦게 술이 거나하게 취한 중년 신사가 부산의 한 전자 대리점 앞에 주저앉아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점포를 찾은 다른 고객들에게 결례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큰 허영근 사원은 그에게 다가갔다. "고객님, 많이 취하셨습니다. 제가 뭐 도와드릴 일이 있습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그 중년 신사는 혼잣말만 되풀이했다.
허 사원은 그분을 한 쪽으로 모셔놓고 사연을 듣기로 했다. 조금 시간이 흘렀을 무렵, 그는 빈 주머니를 보여주며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이 딸아이 생일인데 회사에서 회식을 한 후에 택시를 탔다가 지갑을 택시 안에 두고 내렸다. 집이 코앞인데 생일케이크 하나 사갈 수 없으니 면목이 없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 사원은 그의 얘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잘못되면 내 월급에서 제하지 뭐.' 하는 심정으로 매장에 있는 MP3 플레이어를 하나 꺼내 예쁘게 포장해 그에게 건넸다. 그는 코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고는 가벼워진 표정으로 매장을 나섰다.
그로부터 3일 정도 지났을까? 그날의 중년 신사가 다시 매장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고3인 딸까지 대동한 채로 말이다. 그 분은 MP3 대금을 치른 것은 물론이고 대학입학을 앞둔 딸아이의 노트북 컴퓨터까지 구매했다. 그 후로도 단골고객이 되어 허 사원이 권하는 제품이라면 묻지도 않고 구매한 것은 물론이고, 매장 최대의 홍보맨이 되어 회사 동료들이나 아파트 이웃들에게까지 입소문을 내주었다.

이야기의 교훈. 상품을 팔기 전에 먼저 신뢰를 쌓아라
상품을 파는 과정은 고객과의 접점의 연속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할인매장을 생각해보자. 고객들은 주차하고, 카트를 찾고, 진열대에서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하고, 포장하고, 매장을 빠져나간다. 그래서 유통 전문가들은 주차장, 진열대, 그리고 계산대와 같은 곳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위의 이야기는 이런 접점의 관점에서 적용해보면, 신뢰의 접점에 대한 몇 가지 힌트를 발견하게 해준다. 하나씩 살펴보자.

1. 걱정과 의심이 드는 순간 긍정과 신뢰의 힘을 믿어라
위의 이야기의 첫 번째 접점은 "점포를 찾은 다른 고객들에게 결례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하는 마음이다. 유통판매자의 관점에서 보면 술 취한 사람은 백해무익한, 아니 방해꾼이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그 원칙이란 "행동의 고객 관점"이다. 허영근 사원 "유통판매자의 관점"에서 보면 술 취한 중년 신사를 쫓아버리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정중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이후에 듣는 이야기는 빈 주머니 술 취한 중년 신사의 하소연이다. 의심의 눈으로 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수작에 지나지 않을 그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영근 사원은 "유통판매자의 자신의 관점"은 잠시 접어두고, 신뢰의 힘을 믿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다. 신뢰란 "다른 사람으로부터 손해를 볼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감수하는 것"이다. 자, 이제 당신 차례다. 걱정과 의심이 드는 순간 당신은 긍정과 신뢰의 힘을 믿기로 이미 작정했는가? 아니면, 이제라도 그렇게 작정하는가? 이 차이가 바로 성공하는 유통과 실패하는 유통의 첫 씨앗이다. 의심과 걱정을 뿌리는 유통업자는 빈 껍데기를 거둘 것이고, 긍정과 신뢰를 뿌리는 유통업자는 풍성한 열매를 거둘 것이다.

2. 고객의 니즈를 발견할 때, 공감의 마음을 가져라
두 번째 접점은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는 공감의 마음이다. 공감(empathy)이란 불쌍히 여기는 마음, 혹은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다. 쉽게 말하자면, 고객의 현 상황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딸아이 생일에 케이크 하나 사들고 가지 못하는 아버지의 아픈 마음... 이 마음은 위대한 리더들의 마음이다. 어려운 한자를 몰라 글로 자기표현을 할 줄 모르고 사는 어린석은 백성을 불쌍히 여긴 세종의 마음, 포클랜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일일이 자필 편지를 다 쓴 마가렛 대처 수상의 마음... 이런 공감하는 마음들이 유통 대박의 진리다.

3. 부메랑의 효과를 기대하라
긍정과 신뢰의 힘, 그리고 공감의 마음은 부메랑 효과를 몰고 온다. 허영근 사원 이야기는 3일 후의 3가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MP3 플레이어의 값을 지불한 것, 노트북을 추가로 구입한 것, 그리고 매장 최대의 홍보맨이 되어 주위분들에게 입소문을 내주는 것. 이런 생각을 해보자. '하루나 이틀이 지난 허 사원의 심정은 어땠을까?' 정답을 아는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루만 더 기다려보세요.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유통맨인 당신에게도 나는 같은 말을 하고 싶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부메랑 효과를 잘 보여주는 작은 이야기 하나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육일약국으로 유명한 김성오 약사 이야기다. 김 약사는 한방조제를 같이 하기로 결심하고, 가정용 약탕기 5개를 구매하여 차로 마시기 부담 없는 약재를 넣어 달였다.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직원들과도 나누어 마시기 위함이었다. 지금 당장 한약을 조제하지는 않지만, 약국을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짙은 한약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차도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었다. 이렇게 손님들은 "언제부터 한약 조제를 하느냐?"고 물었고, 이렇게 3개월이 흐르고 한방 조제를 하던 첫 달부터 매출은 급상승했다.


결론은 분명하다. 어떤 부메랑은 1주일이 걸리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3개월, 혹은 1년이 걸리는 것도 있다. 하지만 진리는 분명하다. "심은 대로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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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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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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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GS리테일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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