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프레젠테이션
1Q84,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등의 소설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의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스페인의 카탈로니아 자치정부가 수여하는 2011년 카탈로니아 국제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수상 연설에서 이렇게 입을 열었다.
“저는 바르셀로나에 2년 전 봄에 처음 방문 했었습니다. 당시 진행했던 이벤트 중에 많은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인을 해주면, 독자들은 키스 인사를 해야만 했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렸었죠. 지금까지 전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사인회를 열었지만, 독자가 제게 키스를 하고 싶어하는 곳은 이곳 바르셀로나뿐이었습니다.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의 마음을 먼저 알아준 그에게 청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청중들의 박수가 멈추자 하루키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역사와 문화가 깊은 이 곳 아름다운 바르셀로나에 다시 오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오늘 스피치의 주제를 키스로 계속 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제 스피치는 조금 더 심각한 얘기를 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야기의 본론으로 이어갔다. 본론 이야기는 2009년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 상 수상 소감으로 이어가 보자.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혹독한 전투 때문에 그의 고향인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상을 받지 말라고 충고했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이 상을 받으면 그의 책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는 결국 수상을 수용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제가 소설을 쓸 때면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어떤 것입니다. 높고 단단한 벽과 그 벽에 부딪혀 깨지는 달걀이 있다면, 나는 언제나 달걀 편에 설 것입니다.” 이런 메타포가 무슨 의미인가를 물으며 그는 스스로 대답했다. “우리들 각자는 하나의 달걀입니다. 우리 각각은 깨지기 쉬운 껍질 속에 담긴 고유한 대체될 수 없는 영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어떤 높고 단단한 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시스템입니다.” 그 시스템이 사람을 보호해야 하지만, 이 시스템이 스스로 살아나 사람을 죽이거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도록 만드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의 신뢰성과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그는 자신의 삶의 이야기와 자신의 주장을 포개었다. “저는 소설을 쓰는 단 하나의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개개인 영혼의 존엄성을 드러내 조명을 받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야기의 목적은 시스템이 우리의 영혼을 사로잡아 무력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보음을 울리고 시스템에 감시등을 비추기 위함입니다.”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집시다.”라며 그는 결론으로 치달았다. “우리 각자는 살아 숨쉬는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부당하게 이용하도록 놔두어서는 안됩니다. 시스템이 스스로 살아나도록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창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에게 해야만 하는 말의 전부입니다. 감사합니다.” 청중들은 모두 일어나 그가 자리를 뜰 때까지 기립박수로 그를 환송했다.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설은 오프닝, 본론, 그리고 클로징이 선명한 한 편의 프레젠테이션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 프로세스의 모범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오프닝. 연사와의 신뢰 관계 쌓기
프레젠테이션의 오프닝 즉 도입은 청중과의 자연스러운 공감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어려운 이야기는 피해야 한다. 대신 마음 편하게 서로에게 부담 없이 시작되는 것이 최고다. 하루키가 보여준 독자 사인회와 키스 이야기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편안함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긴장을 알리는 시작도 있어야 한다. “오늘 스피치의 주제를 키스로 계속 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제 스피치는 조금 더 심각한 얘기를 하려 합니다.”라는 모범처럼 편안함을 떠나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오프닝에서는 청중과 연사와의 확실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두는 것이 목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청중과의 신뢰관계를 확고히 하는 단계가 오프닝의 단계라 할 수 있다.

본론. 메타포로 연사만의 언어로 주장하기
프레젠테이션의 본론의 단계에서는 연사가 주장하고픈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 자기 주장의 방법으로는 논리적 설득과 감성적 호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섞어 혼합형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메타포 즉 비유를 통한 설득이다. “높고 단단한 벽과 그 벽에 부딪혀 깨지는 달걀이 있다면, 나는 언제나 달걀 편에 설 것입니다.”라는 하루키의 모범에서 볼 수 있듯이, 비유 그 자체는 감성적이기 때문에 그 비유가 논리적 설득과 잘 연결되면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요지는 메타포를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이 알고 공유하고 있는 생각을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의 체계로 초청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종국에는 연사의 새로운 게임의 룰에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프닝에서의 연사와의 관계 공감이 본론 단계에서는 주제 공감으로 이어지도록 공감의 확장을 이루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이다.

클로징. 감성적으로 청중의 행동을 유혹하기
오프닝의 연사와의 관계 공감은 감성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의 본론에서는 이성과 감성의 혼합형으로, 그리고 클로징 단계에서는 다시 감성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이 하루키의 모범이다. “시스템이 우리를 부당하게 이용하도록 놔두어서는 안됩니다. 시스템이 스스로 살아나도록 방치해서는 안됩니다.”라는 마무리 멘트에서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그의 모습이 보이는가? 그렇다. 프레젠테이션의 결론 부분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들어가면 안된다. 이제까지 해왔던 이야기를 다시 상기시키고, 혹은 복습하여 청중으로 하여금 그가 본론에서 했던 말을 행동으로 옮기게끔 마지막으로 유혹하는 단계가 클로징 단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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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전KPS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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