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디자인 기업 IDEO에서 배우는 우월성

세계 최강 디자인 기업 IDEO 이야기

컴퓨터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본 형태의 에르고노믹크 마우스, 현대미술관의 최고봉 뉴욕 현대미술관의 영구 콜렉션으로 선택된 벽걸이식 CD플레이어, 그리고 매년 90여 개의 신제품을 디자인하고 지금까지 3,000개 이상의 제품을 디자인한 기업, IDEO!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산업디자인 기업이지만, 몇 년 전부터 디자인 컨설팅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경제잡지 비즈니스위크는 IDEO에 대해 "소비자 용품을 디자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쇼핑, 의료, 여행, 이동통신 등 각종 서비스와 소비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단계로 변신하고 있다."며 "이제 IDEO는 맥킨지나 보스턴 컨설팅과 같은 경영컨설팅 기업들의 라이벌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여기 그 한 가지 예가 있다.
미국 철도회사인 앰트랙은 보스톤-워싱턴 황금 노선에 시속 240km 이상으로 달리는 아셀라 고속 철도서비스를 시작하며 IDEO에 아셀라 객차의 내부 디자인을 맡겼다. 앰트랙은 자사의 최대 경쟁 상대였던 국내선 여객기의 내부보다 더 매력적이고 기능적으로 앞선 객차를 원했다. 하지만 IDEO의 생각은 달랐다. IDEO는 앰트랙의 낡고 초라한 기존 객차들보다 크게 향상된 객차를 디자인하는 것은 기본이라 했다. IDEO의 우월성은 고객이 요구하는 정도의 단순화와 전문화를 거부했다. IDEO는 앰트랙이 객차 내부에 집중함으로써 훨씬 더 큰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DEO는 여행객들이 단지 앰트랙의 낡은 객차를 싫어하기 때문에 비행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가설을 증명하기 고객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했다. 연구결과 고객들이 앰트랙을 외면하는 이유는 앰트랙을 이용했던 경험 전체가 비행기 여행에 비해 우월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고객들은 앰트랙 열차표를 오프라인으로 예매하는 것, 기다리는 것, 탑승 절차 등에 문제가 많다고 보고하였다. 그렇기에 설사 앰트랙이 객차를 실크와 금으로 장식한다 하더라도 경쟁력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IDEO의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IDEO는 앰트랙의 이야기를 듣되, 고객을 관찰하고, 그들이 느끼고 보는 관점에서 아셀라 전체를 디자인하고 컨설팅하였고, 앰트랙은 겸허하게 이를 수용했다. IDEO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디자인하건 그것은 전체를 고려한 통합의 과정이어야 한다. 특히 앰트랙의 경우에 전체는 아셀라 승객들의 전체 여행 경험 즉 전체 구성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생각하는 것을 의미했다. 아셀라 객차는 물론이고 대합실, 안내소, 직원들의 근무 공간, 아셀라라는 브랜드까지 전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결과 아셀라는 비행기 여행과 비교하여 모든 측면에서 우월한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열차의 내부디자인만이 아니라 전체 여행을 디자인한 것이 IDEO의 우월성이다.

위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세계 최강 디자인 기업 IDEO가 보여주는 우월함은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우월함이란 현존하는 오늘에 비해 더 나아졌다는 외적 비교 성장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전통적인 서구적 관점인데, 열등감/우월함 이론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애들러는 이것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서구적인 우월함은 타인의 것보다 더 나은 무엇을 만들기 위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한다는 것은 스스로 질문하고, 그 질문에 도전적인 실험과 모험으로 답하는 것이다. 그 실험이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험과 모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하는 것이다. IDEO의 고객 관찰과 인터뷰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스스로 자문해볼 일이다. 나는 지금도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고 있는가? 그리고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고 있는가?

둘째, 우월함이란 나 자신 혹은 우리 조직의 과거에 비해 오늘 더 나아졌다는 내적 비교 성장의 의미를 갖는다.

이 개념은 전통적인 동양적 관점이다. 일신우일신()은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의미다. IDEO가 세계 최강의 디자인 기업에서 디자인 컨설팅 기업으로 변신한 것도 성장의 우월함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예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IBM이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출발하여 솔루션 컨설팅 기업으로, 노키아가 핀란드의 목재회사에서 출발하여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로, 삼성전자가 설탕회사에서 세계 최대의 전자회사로 성장한 것은 모두 시간적 비교 성장의 우월함을 의미한다. 스스로 자문해 볼일이다. 나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 혹은 단순하게 이렇게도 자문해보자. 나는 성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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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동양기전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