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변화 이야기
대한항공은 델타 항공으로부터 데이비드 그린버그(David Greenberg)를 비행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2000년 그가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한항공의 공용어는 영어다. 만약 대한항공의 조종사로 남고 싶다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든 것이다. 그의 규칙은 세계 어디서든 관제탑과 대화할 때도 영어로 말해야 하는 점 외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알려면, 1997년 괌 사고의 원인에 대한 작은 이해가 필요하다. 괌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권력 간격 지수가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란 사회학자 기어트 홉스테드(Geert Hofstede)의 주장으로,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같이 부모와 상사 등에 대한 위계질서가 높으면 PDI가 높은 것이고, 미국처럼 윗사람의 권위가 약하면 PDI가 낮은 것이다. 전 세계 조종사들의 PDI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2등으로 PDI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버그가 영어 공용어를 사용하라는 규칙을 만든 것은 그의 인간존중 철학 때문이다. 그는 대한항공의 비행사고는 자기존중, 상사존중, 후배존중의 왜곡된 문화적 유산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는 대한항공 조종사들을 대량 해고하고 권력 간격이 낮은 문화권의 인건비가 싼 조종사로 대체하라는 권유를 수없이 받았지만, 인간존중의 철학으로 무장된 그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조종석에 앉았을 때는 선배와 후배, 형과 동생이라는 기존의 역할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었고, 영어는 그 전환을 이끌어내는 열쇠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영어로는 한국어의 복잡한 경어체계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정확한 대안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영어로만 이야기하는 규칙을 준수한다면 비행사고가 가장 많은 항공사 중 하나라는 딱지를 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의 믿음대로 2000년 이후 대한항공은 가장 안전한 항공사 중 하나가 되었다.

외국인 비행담당 임원이라는 입장에서 대한항공은 인간존중이라는 철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위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존중, 상사존중, 후배존중이라는 인간존중의 의미를 되새김질해보자.

첫째, 인간존중은 자기존중에서 시작된다.

대한항공의 비행사고는 대부분 자기존중을 하지 못한 결과라는 그린버그의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부기장으로서의 자기입장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 것은 윗사람에 대한 예의에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존중 정신이 약하기 때문이다. 존중(尊重)이란 말 그대로 귀하고 중하게 여기는 것이며, 반대는 천하고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당신은 얼마나 자기존중의 삶을 살고 있는지 다음 질문에 답해보라. "좋은 음식, 충분한 운동과 휴식, 자기계발 등으로 당신은 스스로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 햄버거와 라면 등의 정크푸드(Junk Food)로, 운동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과로로, 전문분야나 교양서적의 책은 전혀 읽지 않으므로 스스로를 경멸하고 있지는 않은가?"


둘째, 인간존중은 상사존중에서 자라난다.

그린버그는 세계최고의 성공민족인 유대인들은 상사를 존중함에 있어 부모를 섬기듯이 하며, 부모를 섬기는 것은 그들의 신을 예배하듯이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섬긴다는 말과 예배한다는 말을 Service라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한다. Service라는 단어가 주는 교훈은 상사존중의 의미를 명확히 해준다. 상사가 시키는 일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혹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부모를 섬기는 심정으로 혹은 신의 뜻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그를 존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의미를 깊이 깨닫는 자가 성공하는 자라고 그린버그는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셋째, 인간존중은 후배존중에서 열매 맺는다.

그린버그의 영어 공용어 규칙은 자기존중, 상사존중, 그리고 후배존중 중에서 후배존중이라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부기장과 기장의 대화가 형과 동생의 대화 혹은 선배와 후배의 대화가 아니라 동료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이 되도록 돕겠다는 말이다. 선배 혹은 형의 말에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니라 50대 50으로 동일한 비중을 두겠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직장에서 실천해야 할 인간존중은 후배의 말에도 50%의 비중을 두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후배에게 지시하기보다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기보다 그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실천될 때 대한항공의 사고율이 급감한 것같이 당신의 성과 또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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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라건설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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