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양궁 대표선수 선발 이야기
대한양궁협회 서거원 전무이사. 그는 25년간 한국 양궁의 세계 1등 신화를 만들어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비인기 종목이자 약체로 꼽히던 대한민국 양궁팀 대표감독을 맡아 1988년 올림픽에서 남녀 단체, 개인전 전종목 금메달 석권을 하면서 신화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한국 양궁을 세계 최고의 자리로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그의 평가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한민국에서의 양궁 대표선발은 세계 대표선발과도 같은 격이기 때문에 평가전 자체가 곧 올림픽의 결승과도 같다. 그러다보니 평가전 과정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차별화되어 있다. 평가전에서 활만 잘 쏜다고 성과가 잘 나오는 것이 아니다. 평가전은 10개월 동안 7차전을 치르고, 7차전의 종합점수 즉 성과가 가장 좋은 선수가 곧 국가대표가 된다.
그런데 7차전에서 측정하는 평가항목이 다 다르다. 1차전은 체력이 좋은 선수가 좋은 성적이 나오게끔 설계되어 있다. 2차전은 뛰어난 정신력, 3차전은 담력, 4차전은 집중력, 5차전은 승부근성, 6차전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 7차전은 심리적 압박감을 이기는 데 중점을 두고 경기를 치른다. 특히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평가하는 6차전 같은 경우, 경기 환경까지 최대한 악조건으로 조성하기 위해 지도자들끼리 온갖 묘안을 다 짜낸다. 선수들이 최악의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기상청에 문의해서 우리 나라에 태풍이 올 예상 날짜를 뽑아 달라고 한다. 그러고는 태풍이 틀림없이 올 기간에 대회 날짜를 잡는다. 그렇게 날짜를 받아 놓으면 하루 정도는 반드시 비바람 부는 날이 걸린다. 70미터 앞의 타깃이 흐릿하게 잘 안 보일 정도로 비바람이 쏟아지고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날 양궁 경기를 치른다. 사나운 비바람 속에서 그냥 서 있기도 힘들고 비 때문에 타깃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 전방 70미터를 바라보고 활을 조준하기란 눈감고 쏘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 한 발 쏠 때 주어지는 시간이 30초인데, 비바람 때문에 멈칫거리다 보면 초시계가 13초, 12초, 11초, 마구 뚝뚝 떨어진다. 쏘긴 쏴야 하는데, 쏠까 말까 하는 갈등이 선수들을 미치게 만든다.
한 번은 선수 한 명이 순간적으로 바람이 약간 잠잠해진 것 같은 틈을 타서 쏴 버리려고 활시위를 당겼다. 그런데 쏘는 찰나에 갑자기 천둥번개가 콰광하고 쳐서 사방을 뒤흔들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선수가 활을 놓쳐 0점이 나왔다. 그 선수는 선발전 내내 상귀원에 들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대회경험을 지닌 간판급 선수였다. 그런데 천둥소리로 놓친 그 한 발 때문에 국가대표에서 탈락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럴 경우 다른 종목 같으면 천재지변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한 번 더 발사하게 해 주자는 말이 나올 수 있겠지만 양궁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아무리 스타 선수라도 철저히 성과라는 원칙대로 진행한다. 이런 평가방식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양궁팀을 만든 근간이 되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노력이 따라야 한다.

첫째, 평가 내용의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타당성(validity)이란 평가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목표설정이 제대로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80% 이상이 자기가 한 일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데, 이는 평가 특히 목표설정에 대해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성과관리를 위한 목표란 상사의 기대사항을 반영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어떤 수준으로,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달성되어야 함을 구체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기 기준으로 이를 본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라는 생각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평가는 상사의 기준으로 상사가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앞의 예에서 보자면, 양궁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1차전 체력, 2차전 정신력, 3차전 담력 등의 종합 점수가 높아야 한다.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는 것보다 종합 점수를 어떻게 높일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타당성이 있지 않은가?

둘째, 평가 절차의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수용성(acceptability)이란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측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평가에 대한 오해 중 가장 심각한 오해는 평가를 결과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절대 결과만이 다가 아니다. 평가는 그 과정이 50% 이상이다. 성과관리 노트를 기록하지 않는 직원이나 관리자는 평가 절차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적이다. 평상시에 수시로 과제로 끝날 때마다 자기만의 노트에 적어두어야 한다. 그리고 단 한 번의 평가면담이 아니라 중간면담을 수시로 진행하여 잘되고 있다 혹은 잘 안되고 있다 등의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연말에 오해가 없다. 이 외에도 연말 평가 시에 면담 합의 절차를 밟아 평가를 하고, 이의가 있을 때는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면 베스트다. 앞의 예에서 본다면, 선수 개개인들의 점수기록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의가 있으면 이의 신청을 통해 협회 관계자가 토론과 합의를 통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이루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회사도 그런지 살펴볼 일이다.

셋째, 평가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신뢰성(reliability)이란 평가결과가 평가자와 평가방식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도를 말한다. 평가자와 평가방식의 신뢰성을 갖기 위해서는 평가자의 주관적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 과장은 우리 팀의 고참이니까라는 관대화 오류, 이 대리는 큰 문제없으니 적당히 줘도 돼라는 중심화 경향, 박 대리는 이 정도로는 안되지라는 엄격화 현상 등 평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오류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자 교육이 필수다. 평가자 교육을 통하여 평가자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이런 오류들을 제거하는 평가를 하라고 말해주어야 하고, 평가 시스템에 대한 평가자간의 합의를 끌어내어야 한다. 그래야 A팀의 평가자와 B팀의 평가자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조직 전체의 평가 신뢰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한 가지만 더 붙이자면,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개인들에게 알려주고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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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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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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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쌍용그룹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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