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좀 모르면 어때요?
열악한 환경에서 사회적으로 천시 받는 헤어디자이너들이 한 달에 천 만원씩 수입을 올리는 것을 꿈꾸는 미용실, 부산 경남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추고 자체적으로 미용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역량을 개발시키는 미용실, 외국인 손님을 위해 영어 공부를 따로 하는 미용실, 화미주 인터내셔널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스태프에서 디자이너로 승격되는 시험은 6개월에 단 한 번뿐이다. 때문에 한 번 떨어지면 또 다시 반년을 스태프로 일하며 기다려야 한다. 은정씨는 스태프로만 너무 오래 일했기 때문에, 시험에 한 번만 더 떨어지면 화미주를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야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데 이론 시험이 항상 그녀를 가로막았다.
"원장님, 어쩔 수 없습니다. 은정씨는 아무리 올려주고 싶어도 안 되겠습니다. 평가기준을 세웠으니 그 원칙대로 따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화미주 아카데미를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의 말이었다. 사장이 직접 스카웃해온 본부장이라 모든 것을 믿고 해오고 있지만 이번 일만큼은 사장도 할 말을 하리라 생각하고 한 마디 쏘아본다. "아니, 이론 좀 모르면 어떻습니까. 매장평가에서는 최우수 등급을 받았는데요. 이만큼 기다리고 노력했으면 디자이너 만들어줘도 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본부장이 이겼다. 스스로 세운 평가기준이니 우리가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사장 역시 은정씨의 열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몹시 흔들리고 있었지만 꾹 참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은정씨는 화미주를 떠났다. 모두에게 안타깝고 쓸쓸한 이별이었다.
은정씨는 정확히 6개월 후 다시 화미주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성대한 환영인사가 줄을 이었다. 발걸음을 돌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겠는가? 그녀의 용기에 화미주 가족 모두가 갈채를 보냈다. 그리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돌아온 그녀는 그해 디자이너 시험에 단번에 통과했다. 이날 화미주 창립 이래로 가장 큰 자체적인 파티가 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자, 당신이 만약 화미주의 사장이라면 은정씨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매장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우수인재가 이론을 잘 모른다고 하여 승진을 시켜서는 안된다는 본부장의 주장에 동의하고 그녀를 탈락시킬 것인가? 그녀가 이번 시험에도 탈락하면 당신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스스로 세운 평가기준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우수인재 확보 차원에서 제도를 뜯어고칠 것인가? 이런 질문의 근본에는 평가란 무엇인지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요구한다. 팀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성과관리의 마지막 과정이자 성과관리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평가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평가란 이벤트가 아니라 과정이다.
시간적인 면에서 강조하자면, 평가란 일회성의 이벤트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평가란 상사와 부하직원이 함께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성과관리의 한 과정이다. 평가의 핵심개념은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 한 번 만 피드백을 주지 말고, 연중으로 피드백을 주라는 말이다. 피드백이라는 것이 굳이 공식적일 필요가 없다. 일의 성과에 대한 상사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전달하는 것, 그것이 바로 평가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런 피드백은 일 년에 한 번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해두어라. 일 년에 한 번 만으로 끝나는 평가는 업무 태만이다. 평가가 이벤트가 되지 않고 과정이 되도록 끝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라.

둘째, 평가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이다.
대표적인 목적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연계하여 전략실행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전략이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개인이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가는 것이다. 그럴 때 그 방침이 회사의 전략이 된다. 화미주에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헤어디자이너 양성이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은정씨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성과달성에 필요한 개인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목표기준은 개인역량개발의 최소 기준점이다. 이 기준점은 개인역량개발을 최대화하고 회사를 업그레이드하는 원동력이 된다. 은정씨가 힘들어했지만, 결국에는 성취해내었던 그 기준점은 개인의 역량개발 최대화를 위한 도구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평가란 5단계의 법칙을 따른다.
평가자들이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는 직원들이 목표한 바를 100% 달성했을 때 S 혹은 A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100% 목표달성을 하면 B를 주어야 한다. 왜냐고? 당신도 알다시피, 평가기준은 S, A, B, C, D 이렇게 5단계로 이루어진다. 기본적인 원칙은 이렇다. 목표를 100% 달성하면 B, 120% 달성하면 S, 110% 달성하면 A다. 그러니까 목표한 바를 초과달성하면 A나 S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듣고 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기준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목표가 90% 수준이면 C, 그리고 80% 수준이면 D를 받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화미주의 은정씨 이야기처럼 말이다.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것이 소문이 되어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누가 이번 승진에서 떨어졌데.'라고 하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의미가 조직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공유될 때 평가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특히 평가자는 C 혹은 D 평가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건강해진다. C 혹은 D 주기를 두려워하는 평가자 때문에 조직의 성장과 발전이 없다는 잭 웰치의 조언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반대로 S와 A를 받은 직원에 대한 보상도 일반 직원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두어야 한다. 그렇다. C와 D를 받은 직원과 S와 A를 받은 직원과의 차별화, 이것이 팀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평가관리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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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 교육전문가, 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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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쌍용그룹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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