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하기만 합니다.

월요일 아침, 홍보팀의 이깜빡 대리는 평소 8시 30분인 출근시간에 맞춰 일어나던 것과 달리, 좀 더 일찍 일어나 서둘렀다. 여유롭게 출근해서 한 주 계획도 다시 짜보고, 상쾌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지난 밤, 개콘의 유혹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니들이 수고가 많다~’를 연신 남발하다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좀 피곤한 감이 있지만,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계속 ‘월요일은 상쾌하게!’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회사정문에 도착하니, 시간은 7시40분. ‘와아, 일찍 오니, 괜찮다~! 직장인이라면 나처럼 부지런해야지!’ 하며 이깜빡 대리는 기분 좋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에는 오늘따라 예쁜 여직원들이 많다. ‘뭔가 일이 잘되려나, 우후~ ’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사무실 입구에 다다른 이깜빡 대리.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부느라 휘이휘이 금붕어 마냥 입술을 오므리고, 팀으로 룰루랄라 걸어가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호통.

“이깜빡 대리! 지금이 몇 시 인줄 알아?” 김버럭 부장이 소리쳤다. “아,,,안녕하세요 김버럭 부장님, 지금,, 7시,, 45분인데요,,,,” 갑작스런 야단에 소심한 이깜빡 대리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이깜빡 대리, 오늘 7시까지 출근하기로 한거 잊었어? 오늘 전체 회의 있다고 했잖아! 이제 나타나면 어쩌라는 거야!” ‘헉,,,,,,, 맞다!’ 그제야 이깜빡 대리는 지난 금요일 퇴근 전, 전체 메일로 회의 공지가 왔었던 것을 기억했다. “죄,,죄송합니다,,”

잘 풀릴 것만 같던 아침을 허둥대며 보낸 이깜빡 대리, ‘그래도 월요일이니 기분 좋게 시작하자고!’ 굳은 다짐으로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그간 검토해온 신규사업에 대해 사장님께 보고 드리는 날이다. 이깜빡 대리는 지난 금요일 보고 자료를 좀더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퇴근하며 자료를 집으로 가져갔었다. ‘흠, 텔레비전 보고 좀 쉬느라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진 못했지만,,, 뭐 문제 있겠어~’ 자칭 프레젠테이션의 황제라 부르는 이깜빡 대리는 오후 2시에 있을 회의 자료를 최종점검하려고 서류 가방을 열었다. “으악!!!!” 그의 외마디 비명에 더 놀란, 옆자리 호들갑 주임. “어멋, 깜짝이야!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그,,,,그게 말이지,,,, 오늘 오후 회의 자료를 집에 두고 왔어,,,,,,,,” “에이, 이깜빡 대리님, 자료면 컴퓨터에도 저장되어 있을 것 아니에요. 다시 출력해서 쓰세요~!” “아! 그러면 되겠구나!” 하고, 컴퓨터에서 자료를 찾던 이깜빡 대리, 얼굴이 사색이 되어 호들갑주임을 돌아본다. “허어억,,,,,,, 자료를 USB에다 저장했었는데, 그것도 집에 자료와 함께 두고 왔나봐,,,,”

오후 1시 46분. 헉헉,,,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회의 자료를 가지러 집에 겨우 다녀온 이깜빡 대리.. 땀을 닦을 겨를도 없이, 자료출력에 몰두했다. 2시 회의에 겨우 맞춰 참석자들에게 자료를 휘리릭 다 돌렸다. ‘그래, 그래 프레젠테이션은 꼭 잘 해내야지!’ 하며, 발표석에 나간 이깜빡 대리. 야심차게 준비해온 인트로 동영상 ‘회의자료_090505.avi’를 재생시켰다. 프레젠테이션의 감동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던 영상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프레젠테이션에서 인트로는 생명이지!’ 이깜빡 대리가 파일을 재생시키자, 프로젝트 화면에 가득한 스킨컬러. 그야말로 이깜빡 대리만의 일급자료화면이 나오고 있다. “죄,,,죄송합니다,,,,, 하하하,,,,” 제가 어떻게 하면, 이 깜빡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도와주세요~

답글

깜빡 사우님! 자꾸만 깜빡하는 일로 인해 마음고생이 많으시죠? 깜빡한다는 것을 그냥 웃고 넘길 수도 있지만, 오늘은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네요. 심리적으로 깜빡하는 것은 회피하는 수단, 즉 그 일에 대하여 도망가는 하나의 심리방어기재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사우님이 회의나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부담이 일종의 도피심리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스스로 한 번 물어보세요. 아침 일찍 하는 회의나 사장님 앞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이 부담스러워 도망가고 싶었는지요? 그렇다고 인정된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먼저, 깜빡한다는 것 자체보다는 약점이라는 시각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해보세요.

왜냐하면,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은 다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사우님은 깜빡하는 것이 약점이다 이런 말이지요. 저는 약점을 이야기할 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깜빡하는 약점은 다른 강점과 더불어 함께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깜빡거림은 어떤 강점과 관련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는 골똘히 생각하거나 하나를 파고든다, 혹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처리한다 등과 관련이 있을 듯 합니다. 정확한 것은 사우님이 생각해보시고, 결론을 내려야겠지요.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강점은 더욱 개발하되, 약점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도구를 이용하여 보완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강점은 내적 개발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약점은 외적인 도움을 받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깜빡하는 것은 어떤 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은 메모지, 수첩, 핸드폰 바탕화면에 일정적기 등 노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깜빡하는 것은 머릿속의 기억으로만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기억을 이기는 기록으로 대체를 하는 것이지요. 기억해두세요. "기록은 기억을 이깁니다." 또 다른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절대 깜빡하지 않는 신기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로 하여금 사우님의 깜빡거림을 일깨워주도록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요일 저녁 9시에 전화를 부탁하면 어떨까요? "월요일 7시 회의가 있다."고 알려 달라고. 그리고, 도움을 받은 자에게 그 날 점심을 사면 어떨까요? 아니면 커피라도... 이렇게 서로 돕고 사는 것 이것이 강점과 약점이 서로 다른 인간들이 함께 사는 이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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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 교육전문가, 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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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코오롱그룹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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