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만6년차 직장인

저는 어려서부터 연구원에 대한 동경을 가졌고, 제 꿈을 따라 연구원으로 입사한지 벌써 7년째에 접어든 연구원입니다. 이번에 사보의 상담 코너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평소에 느낀 문제점에 대해 상담하려고 글을 보냅니다.
저는 연구원으로서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 현실과의 차이점에 대해 상담하고 싶습니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세상에 없던 신제품 한번 멋지게 개발해보자’라는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연구소에 입사를 했지만, 현실과 이상은 역시나 차이가 크네요!
신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선진국의 제품을 모방하는 개량제품 또는 대체제품 개발에 치우쳐 있는 현실. 그나마 열심히 노력해서 개발에 성공한 제품을 고객업체에 가져가면, ‘외국제품에 비해 기능이 모자라다’, ‘아직까지 우리 회사에서 쓰기에는 부족하다’라는 평을 듣기 일쑤입니다. 그렇지만 주변 동료들과 노력하여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도 하였습니다. ‘왜 연구원이 제품을 들고 가냐?’구요.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영업력이 우수하다는 소리를 듣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속한 분야는 특히나 영업담당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연구원들이 제품도 개발하고, 업체를 방문하여 제품소개도 하고, 저희 제품이 채택되고 난 후, 발생하는 각종 품질 트러블 문제들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대응도 하는 등, R&D, 생산 지원, 초기 마케팅, QA, QC까지 담당하는 1인 다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요즘 같은 힘든 시기에 누구나 바쁘리라고 생각하지만, 잦은 출장과 여러 업무로 힘들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는 주변의 여러 선후배들을 통해서 접한 정보로는 우리 회사처럼 연구원에게 이렇게 폭넓은 미션이 주어지는 회사는 드물다고 봅니다. 물론 업무영역이 넓은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연구원이 연구원답게 일할 수 있을 때, 멋진 신제품, 시장을 주름잡는 제품이 나올 수 있는 건 아닐까요? 한 때는 연구원이라는 직종에 회의를 느끼고 회사를 그만두고 요새 잘나간다는 의학전문대학원이나 한의대를 들어가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의 꿈을 그리 쉽게 포기하기는 싫어서 아직까지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물론 인간적인 코오롱의 문화 등의 다른 부분이 좋은 점도 있어서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연구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연구원 개인의 발전을 위해 해외연수나, 박사과정 등의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어찌해야 할까요? 5~6년 정도의 회사 경력이라면 회사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경력이라고 들었는데, 더 나은 환경의 연구소로 옮겨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학교로 돌아가서 더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요? 고민스럽습니다.


답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고민, 직딩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고민일 것 같네요. 지면으로나마 따뜻한 차 한잔 권하면서 인생 선배의 입장에서 "현실에서 출발하라"는 말로 시작을 하고 싶네요.
그래요. 현실에서 출발하세요! 현실이 감정적으로 불편할 때가 있지요. 이런 감정에 휘둘리지 마세요. 감정-현실이라는 순서로 객차-기관차를 연결하면 안돼요. 기관차-객차라는 순서로 즉 현실-감정이라는 순서로 연결해야 기차가 편하게 움직입니다. 현실을 무시한 채 세상에 없던 신제품을 개발한다는 허무맹랑한 소설을 쓰지 말고, 선진국의 대체 제품이라도 제대로 만들어 내는 현실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런 현실이 누적이 되어야 사우님의 이상도 하루 속히 올 수 있으니까요.
현실이라는 단어에는 고객이라는 핵심 키워드가 숨어 있습니다. 그래요. 고객중심으로 생각하세요! 잦은 업무 출장과 폭넓은 업무로 힘은 들지만, 이것이 또한 기회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마세요. 그리스로마신화에 따르면, 기회라는 신은 앞머리가 장발이지만, 뒷머리는 대머리여서 한 번 지나쳐 가면 다시는 잡을 수 없는 존재라지요? 제가 확신하는 것은 고객이 기회의 신입니다. 고객을 만날 때 준비하고, 또 준비하여 고객 앞에서 만나세요. 뒤돌아 서서 후회하면 성과와는 거리가 멀어지지요. 고객과의 잦은 만남으로 현실의 기회를 잡으세요.
사족 하나 붙입니다. 박사과정 등을 기대하실 때는 개인적으로 돈을 내시고, 회사에서는 시간을 양해 받는 정도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생각도 당연한 주장이 아니라 그렇게 배려해주시면 고마운 일이라는 관점에서 생각을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사우님의 멋진 이상이 하루 속히 현실이 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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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 교육전문가, 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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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코오롱그룹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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