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이 어떻게 생겼더라?
대기업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교육시간이었다. 나는 A4지 한 장씩을 나누어주며, 바이올린을 그려보라고 했다. 예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바이올린의 기능을 잘 표현하면 된다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다른 사람이 그린 것 보지 말고, 그저 자신이 생각나는 대로 그림을 그려야 의미가 있다며 컨닝을 방지하는 멘트도 한 방 날렸다.
교육생들이 그림을 다 그렸다는 표시로 왼손을 들어 보였다. 나는 다음과 같이 바이올린 사진을 빔 프로젝트로 한 장 보여주며, 각 명칭과 기능을 간단히 소개하고 나서, 3가지 면에서 강조를 했다.
첫째, 2번의 명칭은 줄감개이며, 4개가 있다. 이는 바이올린의 줄이 4개가 있다는 의미다. 교육생들의 것을 확인해보니 80% 이상이 6개의 줄과 줄감개를 그렸다. 왜 6개를 그렸냐고 물었더니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기타를 보고 그린 것이란다. 기타가 6줄이니 바이올린도 6줄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단다.
둘째, 6번의 명칭은 꾸밈테다. 이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탈리아인들의 예술적 감각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교육생들을 보니 24명 중에 3명을 제외하고는 이 부분에서 다 틀렸다. 모두 기타처럼 그냥 둥글게 표현을 했다.
셋째, 7번의 명칭은 f자 구멍으로 공명을 위한 것으로 양쪽으로 2개가 있다. 이 부분에서는 2명을 제외하고는 22명이 틀렸다. 기타처럼 중간에 큰 원을 하나 만들어 공명통을 그려 넣은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아예 공명통을 그리지 않은 사람도 몇몇 있었다. 나는 이 3가지 부분에서 7번의 f자 구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그리고는 바이올린의 공명통에 빗대어 리더십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풀어나갔다.
공명통은 비움의 상징이다. 사람에게도 공명통이 있다. 그것은 마음이다. 좋은 악기는 공명통이 좋아야 좋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는 마음을 비워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마음을 텅 비울 때, 비로소 우리는 상대방과 대화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도중에 상대방의 말을 100% 공감하기 위해 듣기보다는 다음에 자신이 할 말을 준비하기 위해 듣는 척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마음을 비우지 않고 생각을 더 집어넣으니 대화가 되지 않는다. 제발, 부탁이다. 상대방의 말을 듣기 위해 자신의 생각, 편견, 그리고 고집을 잠시 접어 두자. 그래야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커뮤니케이션은 성과의 거름이 될 것이다.

차 한 잔 하실래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공명통을 통해 비움을 배울 수 있다면, 차(茶)를 마시면서는 채움에 대하여 배울 수 있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나는 한국적 상담을 강의하시는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깨달을 얻곤 했는데, 그 분의 말씀으로는 동양의 차 문화는 "차를 마시며, 자기를 들여다보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셨다. 자기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정도에 따라 청명(聽茗), 청호(聽壺), 청신(聽身), 청심(聽心) 4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
청명은 차를 마시기 전에, 차 잎을 만져서 알고, 눈으로 보고 알고, 안 보고도 아는 경지를 일컫는다. 청호는 차 잎이 다호(다관) 안에서 우려질 때 그 우려지는 소리를 듣는 경지다. 청신은 차가 내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아는 경지이다. 폐를 도우는가, 아니면 간을 보강하는가 등을 아는 것이다. 차 한 잔을 마시고 나서 나의 오장육부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꿰뚫는 단계다. 청심은 차를 마시면 내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슬퍼지는가, 기뻐지는가, 화평해지는가 등등을 인식하는 경지다. 청호의 단계가 4가지 차원 중에서 가장 깊은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도 깊어졌다. 부모님의 여력이 없어 유학을 떠날 수 없다는 나의 말에 교수님은, 차를 반잔 정도 따라 주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무엇이라 불리든 인생의 반 정도를 채워놓은 것은 자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지? 자네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이미 자네 인생의 반을 좌우해 놓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지? 그래, 자네 말대로 이 잔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이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어떤 사람은 자신의 손으로 이 잔을 채우고, 또 어떤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잔을 채우도록 방관하고 있지. 마치 자신의 인생이 아닌 것처럼. 잊지 말게나. 이 잔의 나머지 반은 자네가 채워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인생에 대한 즐거운 책임이야."

나는 이 방법을 적용하여, 글을 쓰고 싶다며 자신이 신세에 대하여 불평을 늘어놓는 직장인에게 다음과 같이 상담해주었다. "지금 현재는 글을 얼마나 쓰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글 쓸 시간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짤라 말했다. 다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매일 1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세요. 주말에는 하루 종일 시간을 내어보라."고 조언을 주었다. "그렇게 하고도 글 쓸 시간이 더 필요하면 반나절만 근무하는 직장으로 옮겨보라고. 그렇게 해서 남는 시간을 글쓰는 데 사용해보면 직장 그만두는 것을 생각할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제 결론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자기를 비우는 연습을 하고, 혼자 조용히 차를 마실 때는 인생을 채우는 연습을 한다. 나에게 있어 인생의 연습이란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다가온다. 깊어 가는 가을, 당신의 마음은 공명통의 역할을 데대로 하고 있는지, 또 당신의 마음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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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 교육전문가, 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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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삼성전기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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