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대 졸업생의 광고 이야기
그는 대구에 위치한 계명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오라는 광고대행사가 없어 동네 간판쟁이 일을 하다 찌라시 아저씨에게 수모를 당했다. 지방대 졸업생이라는 스펙 때문에 국내 공모전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던 그가 뉴욕으로 건너간지 2년 만에 기적같은 공모전 신화를 기록하며 세계 광고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광고천재로 거듭났다. 최고 권위의 뉴욕 원쇼 페스티벌 최우수상, 광고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클리오 어워드 동상, 미국광고협회가 수여하는 애디 어워드 금상 등 세계 유수의 국제 광고제에서 무려 29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다음 이야기는 그가 딴 메달 이야기 중 하나다.
그는 뉴욕에 입성할 때 광고전문 학교인 비주얼아트스쿨(SVA)을 선택했다. 그 학교는 매년 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아트 디렉터를 골라 홍보 포스터와 브로셔 제작을 의뢰했다. 하지만 2007년 리처드 와일드 학장은 “젊은 피를 활용해보자. 굳이 외주 줄 게 뭐 있냐?”며 안셀모 교수에게 총대를 매게 했다. 안셀모의 학생이었던 그도 제안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라이터 뚜껑을 열고 불을 붙이면 머리에서 불이 올라오는 이미지로 지포라이터, ON/OFF 표시가 돼 있는 전등 스위치를 사람의 머리 이미지 속에 배치하는 헤드 스위치, 머리 뚜껑이 열리면서 아이디어가 팝콘처럼 파바박 튀어나오는 아이디어 뻥튀기 기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한 아담의 창조 등을 순서대로 제안했다.
그렇게 그의 의욕도 서서히 사그라질 무렵이었다. 회사 카페에 혼자 앉아서 냅킨에다 뭔가를 끄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이 그날따라 어색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시도 때도 없이 생각하고 메모하고 스케치하는 인간이 바로 SVA 학생들이었다. 냅킨이든 뭐든 손에 걸리는 건 다 메모지였고 아무데서나 생각에 빠져 있는 자신이야말로 이 프로젝트의 모델이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아이디어가 저 혼자 일사천리로 달렸다. ‘냅킨에다 줄무늬를 그려 넣는 거야. 두루마리 휴지, 종이 쟁반 깔개도 다 노트가 될 수 있잖아. 그런 걸 다 노트로 바꿔버리는 거야.’ 이미지고 뭐고 할 게 없었다. 미국인이 메모할 때 많이 쓰는 노란 바탕의 줄무늬 노트 흉내를 내면 그만이었다. 귀퉁이에는 긴말 말고 ‘Think!’란 단어만 써넣었다.
안셀모의 입에서 마침내 칭찬의 FGI(Fucking Good Idea!)가 터져 나왔다. “제석, 캠페인으로 가자. 휴지, 트레이 페이퍼, 냅킨에도 하자.” 똥 누면서도 생각하고, 밥 먹으면서도 메모하게 하자는 뜻이었다. 그날 이후 교내 모든 카페의 휴지, 냅킨, 설탕봉지, 종이 쟁반 깔개에 줄이 그어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순식간에 학생들이 집으로 갖고 가 물품이 딸렸다. 그 광고를 본 적도 없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이 작품은 광고인들이 주는 ‘아트 디렉터즈 클럽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각예술잡지인 《커뮤니케이션 아츠》에도 실렸다. 잡지사 《크리에이티비티》에서 이 달의 우수작으로도 꼽혔다. 이 작품 덕에 SVA는 홍보 효과를 확실히 거두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교내 박물관에 이 작품을 영구 전시했다. 위의 이야기는 평범한 한국인이자 세계적인 광고쟁이인 이제석의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떠남과 만남의 이야기를 이어보자.

1. 나는 조직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새로운 시작은 떠남에서 시작된다. 행복한 결혼생활의 전제조건은 떠남이다. 부모로 대표되는 옛 것을 떠나야 새로운 배우자와 온전한 하나를 이루는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부모로부터의 독립선언은 온전한 연합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회나 조직을 떠나 살 수는 없다. 특히 직장인은 조직을 모르고서는 조직생활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 우리는 조직으로부터의 독립을 필요로 한다. 조직으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하는 자는 조직의 성공도우미가 될 수 없다. 연합이란 심리적 독립을 이룬 자들만의 파트너십이기 때문이다. 그대에게 난 묻고 싶다. 그대는 조직으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였는가?

2. 나는 무엇에 미쳤는가?
이제석은 유학이라는 떠남 이후 공모전으로 새로운 것에 익숙해졌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새로운 도전에 몰입하는 것이다. 뜨거운 바람을 얻기 위해 찬 바람을 밖으로 보낼 필요는 없다. 그냥 히트를 켜기만 하면 찬 공기가 뜨거운 공기로 바뀐다. 우리의 일이나 인생도 마찬가지다. 앞 뒤 가리지 말고 뜨거운 열정을 그저 시작하면 된다. 적당한 시작으로는 안 된다. “살면서 미쳤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너는 한번도 목숨을 걸고 도전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라는 볼튼의 말처럼 한 번은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야 새로운 시작 혹은 진정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제석은 공모전에 미쳤다.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에 미쳤다. 그리고 나는 직장인 상담에 미쳤다. 그대에게도 묻고 싶다. 그대는 무엇에 미쳤는가?

3. 나는 엉덩이의 힘을 가졌는가?
떠남과 새로운 시작은 지속성으로 완성된다. 지속적이지 못한 떠남은 가짜 떠남이고, 연속성이 없는 새로운 시작은 객기일 뿐이다. 행복, 사랑, 성공 등 우리가 가치롭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지속성의 결과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속한다는 것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다른 것들은 포기한다는 말을 포함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이 힘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행복이나 성공을 이룰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엉덩이의 힘이다. 한 가지에 오래도록 머무는 힘 말이다. 한 곳에 진득이 앉아 그 곳을 떠나지 않는 배짱을 키워야 한 분야의 열매를 거둘 수 있는 법이다. 적어도 한 분야에 10년 이상 머물러야 전문가의 반열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20년 혹은 30년은 한 곳에 진득하게 머물며 자기만의 새 판을 짤 수 있어야 진정한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임을 바꾸어줄 나만의 패러다임은 엉덩이의 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대에게도 묻고 싶다. 그대는 10년이고 20년이고 지속할 그 엉덩이의 힘을 가졌는가?

 

-------------------------------------------------------------------------------------------------------
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Vision :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장인 커리어앤라이프 코치, 교육전문가, 칼럼니스트
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홈피 : www.biztalk.pe.kr 
메일 : biztalk@empas.com
페북 : www.facebook.com/mvpcare

 

이 글은 한전KPS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