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필기구 이야기
고흐의 마음을 훔친 연필 한 자루의 이야기에서 시작해보자. “이 연필은 이상적이라고 할 만큼 단단하면서도 매우 부드러워. 목공용 연필보다 색감도 훨씬 좋지. 언젠가, 재봉사 소녀를 그릴 때 이 연필을 썼는데, 석판화 같은 느낌이 정말 만족스럽더라고. 게다가 한 자루에 20센트밖에 안 해.” 빈센트 반 고흐가 친구 안톤 반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 중 한 부분이다. 고뇌에 찬 예술가 이미지가 강한 고흐의 마음을 완벽하게 훔친 연필은 바로 ‘파버 카스텔(Faber-Castell)’이다.
연필심의 강도와 굵기 등에 편차가 심한 연필에 HB라는 표준을 정하고, 연필심의 경도에 따라 2H, H, HB, 4B 등의 연필도 따로 생산한 세계 최초가 바로 파버다. 또한 연필이 책상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최초로 육각형 모양으로 만든 것 역시 파버다. 업계 표준이 된 파버의 원동력은 남다른 생각 덕분이다. 남들은 ‘연필은 문자를 적는 도구’라고 생각했지만, 파버는 ‘연필은 생각을 여는 창’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파버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을 여는 연필은 필기감이 부드러운 연필이다. 글을 쓸 때 필기감이 좋지 않으면 거기에 신경 쓰느라 집중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생각을 여는 연필은 연필심이 잘 부러지지 않는 단단한 연필이다. 연필심이 부러질 때마다 생각의 맥도 뚝뚝 끊기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파버 카스텔은 생각을 여는 최고의 연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파버 카스텔이 연필 업계의 유럽식 표준이라면, 쿠루토가(KURU TOGA)는 샤프 업계의 일본식 혁신 제품이다. 쿠루토가는 보통의 평범한 샤프가 아니다. 엔진이 장착된 ‘회전’하는 샤프다. 엔진이 장착된 회전하는 샤프, 쿠루토가는 시제품 5천개 이상을 자그마치 8년이라는 끈질긴 카이젠을 거쳐 탄생한 제품이다. 샤프심의 회전 속도와 톱니바퀴의 저항, 그리고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테스트를 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쿠루토가 회전율이다. 쿠루토가는 정확하게 말하면, 한 획을 쓸 때 샤프심이 9도씩 회전해 40획을 쓰면 샤프심이 한 바퀴 돈다. 쿠루토가로 글씨를 쓰면 샤프심이 360도 회전하면서 심 끝이 항상 원뿔 모양을 유지한다. 그래서 글씨를 쓸 때 자주 발생하는 편마모 현상, 즉 한쪽 면만 마모되는 것을 방지해준다. 그 덕택에 쿠루토가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항상 예쁘고 정확하게 글을 쓰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쿠루토가는 주 고객층인 중고등학생들에게 엔진이 달린 샤프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한다. 제품의 외견을 보자면 엔진이라 할 수 있는 톱니바퀴가 있는 부분을 일부러 투명하게 처리했다. 샤프심 회전 기능을 더욱 부각시키고 제품을 사용할 때 실제로 엔진이 돌아가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제품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 매장마다 실제로 움직이는 대형 쿠루토가 엔진을 설치해서 엔진이 장착된 샤프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한 회전하는 발레리나를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들어 쿠루토가를 소개하는 소책자와 동영상으로 제작, 전시하기도 했다. 쿠루토가는 2008년 출시 직후 300만개를 판매하고 지금도 꾸준히 애용되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필기우의 표준과 혁신의 대명사인 파버 카스텔과 쿠루토가 이야기에서 비즈니스와 삶의 지혜를 함께 생각해보자.

1. 정의(definition)로 비즈니스와 삶을 시작하라.
‘생각을 여는 창’이라는 파버 카스텔의 정의는 세계 최고 연필의 시작점이 되었다. 연필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 즉 연필은 문자를 적는 도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의를 내림으로써 필기감이 부드러운 연필과 생각의 맥도 이어지는 연필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다. ‘360도 회전하는 샤프’라는 쿠루토가의 정의는 심 끝을 항상 원뿔 모양을 유지하도록 하여 고객들로 하여금 항상 예쁘고 정확한 글씨를 쓰는 기쁨을 누리게 하였다. 그렇다. 비즈니스와 삶의 시작점은 항상 자신만의 독특한 정의로부터 시작된다. 역으로 말하면 자신만의 비즈니스와 삶에 대한 정의가 없다면 우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살 수 없다. 복사된 비즈니스 혹은 남들과 똑같은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그대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비즈니스와 삶의 정의로 시작하라.

2. 표준(standard)을 정하여 기준점을 삼아라.
파바 카스텔은 1메가파스칼(MPa)은 1㎟당 100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도로 정의하고 HB 연필은 50g을 견딜 수 있게 제작하였다. 쿠루토가는 한 획을 쓸 때 샤프심이 9도씩 회전하게 하여 40획을 쓰면 샤프심이 360도 완전히 회전하도록 설계하였다. 파바 카스텔의 ‘50g’과 쿠루토가의 ‘9도’라는 숫자를 통하여 우리는 비즈니스와 삶의 정의가 어떻게 비즈니스와 삶의 표준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지를 배울 수 있다. 그러니까 ‘생각을 여는 창’이라는 정의는 50MPa의 HB연필로, ‘360도 회전하는 샤프’라는 정의는 한 획을 쓸 때마다 9도씩 회전하는 샤프라는 표준으로 이어졌다. 우리의 비즈니스와 삶도 마찬가지다. ‘50g’ 혹은 ‘9도’라는 숫자를 만들어 내기까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우리만의 독특한 표준 숫자에 이를 수 있다. 표준에 이르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마라. 표준 숫자는 혁신으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3. 매일의 카이젠으로 혁신(innovation)하라.
필기감이 부드럽고 잘 부러지지 않는 단단한 연필을 만들기 위한 파바 카스텔의 매일의 노력은 시제품 5천개 이상을 8년이라는 끈질긴 카이젠을 거쳐 만들어 낸 쿠루토가의 노력에 견줄만하다. 필기구 업계의 표준과 혁신 아이콘인 파버 카스텔과 투루토가의 노력의 요지는 8년을 ‘매일 같이’다. 자신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정의를 내리고, 그 정의를 이루기 위해 매일 시행착오를 거치고,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만의 표준숫자를 만들어 내고, 매일 그 표준숫자를 향해 정진함으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카이젠이고 혁신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표준과 혁신은 소로 다른 그 무엇이 아니다. 오히려 매일이라는 노력으로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같은 부류의 것이다. 그대에게도 묻고 싶다. 그대는 매일의 카에젠으로 그대의 비즈니스와 삶을 혁신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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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전KPS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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