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박사 김순권씨로부터 배우는 강점공략의 비밀

옥수수 박사 김순권 이야기
대학 졸업 후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 농업연구사로 일하던 김순권씨는 가슴에 큰 비전을 품고 미국 하와이대학교로 유학을 떠나 옥수수 내병성육종에 관한 연구로 농학박사 학위를 땄다. 졸업할 무렵, 수많은 미국 대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그는 모든 제의를 거절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에 가기 전 품었던 비전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3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 농업연구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열악한 연구환경과 어려운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오늘도 배추김치에 명태국이에요." 없는 살림에 끼니마다 변변찮은 반찬을 내놓아야 하는 아내는 남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난 괜찮아. 당신이 힘들지?" 어려운 현실이었지만 김 박사는 아내를 위로하며 견뎠다. 동료들과 축구 시합을 하다가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도 병원비가 없어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는 그리 길지 않은 5년간의 재직기간 동안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한 옥수수 신품종들을 잇달아 개발해 농촌에 옥수수 증산 혁명을 일으켰다.
수기 공모에 응모한 그의 작품이 일등으로 당선되면서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의 불타는 애국심과 굳은 신념은 전파를 타고 세상에 알려졌고, 방송이 나간 얼마 후 중소기업 사장인 박칠용 사장은 김순권 박사에게 옥수수 개발에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며 돈 십만 원을 건넸다. 김 박사는 어리둥절해하며, "제게 왜 이렇게 큰돈을 주시는 겁니까?"하고 질문했다. 당시 연구소 월급이라고 해 봐야 고작 3만 원이었으니 십만 원은 그에게는 큰돈이었다. "생활에 쪼들리다 보면 연구에 소홀해질 수 있지 않는가? 자네 신념을 잃지 말라고 주는 격려금으로 생각해 주게나." 박 사장의 깊은 뜻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그는 받은 돈의 절반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자신의 연구비와 생활비에 보탰다. 그 후로도 박칠용 사장은 김순권 박사에게 매달 십만 원씩 보내주며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아는 바다. 그는 국제열대농업연구소의 초청으로 나이지리아로 건너가 아프리카 국제열대농업연구소 옥수수 육종연구관으로 17년 동안 머물면서 옥수수 종자를 개발하고 현지인들에게 그 재배법을 가르쳤다. 이후 경북대학교 교수,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북한 옥수수심기 범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북한농업과학연구원과 함께 옥수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위의 김순권 박사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2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약점을 보완하려 하지 말고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김 박사가 경북대 농학과 졸업 이후 취업 및 박사학위를 농학계열로 일관된 진로를 고집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예나 지금이나 농업은 일반인들에게 비인기직종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익숙한 즉 자신의 강점에 더욱 집중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그는 어려운 환경하에서도 자신의 강점뿐만 아니라 약점까지도 요구하는 미국 대기업 취업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연구원 생활을 계속했다. 그는 강점에 기초한 노력에 장기적인 시간이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그럼 약점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추천할만한 방법은 다른 사람 혹은 조직의 강점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김 박사의 이야기에서 그는 어려운 연구환경이나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은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연구비를 보조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인기직종인 농업에 연구비를 보조해줄 사람은 없었다. 이런 생각 끝에 그는 수기공모에 나서게 되었고, 기회를 잡았다. 박칠용 사장의 연구비 보조는 행운이라기 보다는 김 박사의 전략적 작품이었다. 기억하라. 이 세상은 최고의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거대한 조직이다. 최고의 조직은 최고의 강점만을 발휘하여 성과를 내고, 나머지는 최고의 또 다른 성과를 내는 조직의 도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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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현대엔지니어링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