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프리젠테이션
첫 원자폭탄은 1945년 7월 미국이 만들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세계 제2차 대전 중 비밀리에 추진한 암호명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원자폭탄 연구는 독일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나치의 원자폭탄 제조에 위협을 느낀 미국으로 망명한 유럽 출신 과학자들은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를 설득할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내 벽에 부딪히고 만다.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주류 세력인 와스프(WASP, 앵글로색슨 민족계통의 기독교인)조차도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은 그 당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에게 미국 대통령 앞으로 원자폭탄의 위험을 알리는 편지를 띄울 것을 권한다. 아인슈타인의 편지는 대통령 앞으로 전달되었지만 대통령을 설득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대통령의 옛 친구이자 상담역이었던 알렉산더 작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부탁한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편지를 들고 들어가, 원자로의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잠재력을 먼저 이야기했고, 마지막으로 원자폭탄 이야기를 꺼냈다. 루스벨트는 그제야 경고의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1942년 9월에는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연구실·실험실·제조시설이 건설됐다.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제조된 무게 4,082㎏, 길이 3m, 지름 0.72m, 위력 TNT 1만 5천톤의 일명 "리틀보이"와 "팻맨"으로 불리는 2개의 원자폭탄이 완성되었다.
가장 이상적인 프리젠테이션의 3가지 모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프리젠테이션이었던 위의 사례는 가장 이상적인 프리젠테이션의 몇 가지 모범을 보여준다. 첫째, 작스의 "원자폭탄을 루스벨트에게 팔 수 있는 과학자는 아무도 없었다."라는 말대로,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설득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아니 최소한 설득할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프리젠테이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고려하여 그와 감정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프리젠터가 되어야 한다. 둘째, 마법의 숫자 3을 활용하는 것이다. 나치의 원자폭탄 제조에 위협을 느낀 미국으로 망명한 유럽 출신 과학자들은 자신의 노력(1)으로 안되기에, 아인슈타인의 도움(2)을 청했고, 이후에는 대통령의 친구인 작스의 프리젠테이션(3)을 도왔다. 이 일을 꼭 해야 하는 3가지 이유, 이 일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3가지 방안, 이 일을 누가 진행할 지에 대한 3가지 제안 등에 사용된 3의 숫자는 괜히 만든 억지가 아니다. 여기에는 마법의 설득력이 숨어 있다. 셋째, 프리젠테이션의 순서를 고려해야 한다. 작스가 원자력의 긍정적인 면을 내세운 뒤에 파괴적인 면을 설명한 이유는 원자력의 에너지를 미국의 가치 및 루스벨트의 가치와 더욱 조화되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미국이 먼저 만들지 않으면 나치가 원자력을 이용하여 미국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였다. 이 두 가지 균형적인 관점에서 루스벨트는 경고의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제, 이 교훈들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Lesson 1. 약도 그리듯이 순서를 짜라
약도 그릴 때를 생각해보자. 나는 직선 몇 개로 우선 방향을 정한다. 다음은 목표점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큰 길 몇 개를 그리고 목표점을 표시한다. 마지막으로 목표점에 도달하기 전에 만나게 되는 큰 건물 몇 개를 넣어서 그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도움을 준다. 약도의 생명은 방향, 목표, 그리고 주변건물이라는 순서이다. 프리젠테이션도 마찬가지다. 프리젠테이션을 잘하는 사람은 전체를 보여주고 부분으로 나아간다. 상대방의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주되, 지금 그려주고 있는 그림이 어느 위치에 해당되는 곳인지 잘 알려준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을 잘 못하는 사람은 그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이 순서의 중요성은 평상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업무를 잘하는 사람은 상사가 묻기 전에 보고한다. 하지만 업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사가 묻기 전에는 결코 답변을 하지 않는다. 순서를 알면 일이 보이고, 순서를 모르면 헤맨다.
Lesson 2. 마법의 숫자 3으로 말하라
CNN 백악관 담당 수석특파원을 지냈던 마크 월튼은 3의 법칙을 주장했다. 그에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3가지의 정보가 주어졌을 때 가장 쉽게 받아들이고 가장 쉽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3의 법칙은 기원전 8세기의 그리스 신화를 쓴 작가들에게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인간의 운명은 삶의 실을 돌리는 클로소, 각각의 실을 한 사람의 운명으로 엮는 라체시스, 죽음의 실을 자르는 아트로포스에 의하여 지배를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어찌 됐건, 우리들의 삶은 3으로 가득 차 있다. 신(성부, 성자, 성령), 정신(믿음, 소망, 사랑), 인간(몸, 마음, 영혼), 시간(과거, 현재, 미래), 악(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 커뮤니케이션(읽기, 쓰기, 말하기), 김구의 3가지 소원, 김 대리의 3가지 아이디어, 업무처리의 3가지 단계 등등... 그래서 맥킨지는 업무목표를 한 가지 제시하고, 그 목표에 대한 타당성있는 이유들을 3가지 갖다 댄다. 그리고는 이를 마법의 숫자 3이라 칭한다. 그러므로 결론은 이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이 결론은 한 가지다. 그리고 그에 따른 논조는 3가지다.
Lesson 3. 상대방에게 맞추어라
테크니컬 라이팅 도서인 'The Elements of Style'은 지난 40년간 미국 MIT 공대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이다. '글은 간결하고 짧게, 문장은 단문으로, 수동형은 피하고, 불필요한 단어는 무조건 빼라'고 하는 이 책이 핵심요지는 "읽는 독자에게 초점을 맞추어라."이다. 기술 전문가인 공과대학 학생들에게 비전문가인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의사소통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프리젠테이션도 마찬가지다. 프리젠터는 마치 관광가이드처럼 많은 사람들을 인솔하며, 뒤쳐지거나 무리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천천히 걷기도 하고 때로는 쉬어가기도 해야한다. 그래서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내뱉는 것이 아니라, 프리젠테이션의 목적인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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