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이야기1 : 콜라와 오렌지에서 가을대추와 아침햇살로

"이런 맛 좀 만들어주세요." 조운호 과장이 가을대추와 아침햇살을 기획하며 김 연구원에게 부탁했던 똑같은 말이다. 조 과장의 생각은 분명했다. 마케팅이란 제품 기획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즉 제품 맛을 만들어내는 연구소에서부터 제품을 판매하는 구멍가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개는 연구소에서 시제품을 만들어 '이 맛 어때요?'라고 하면 마케팅 부서에서 '어, 이 맛 좋은데! 이거 어디 한 번 팔아볼까?'하며 일이 진행된다.

"아니, 도대체 음료 시장을 알기나 하는 겁니까?" 영업부 이 부장의 거센 항의였다. 이 항의는 비단 이 부장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조 과장이 가을대추의 출시 일자를 10월 1일로 하자는 제안에 대해 반대했다. 아침햇살은 가장 추운 1월에 출시했다. 조 과장은 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부장의 주장은 이렇다. "음료는 갈증 해소가 가장 큰 구매 동기 아닙니까? 그래서 학생들 소풍 가는 3, 4월에 시작해서, 한참 더운 7, 8월에 집중하고, 9, 10월 되고 찬바람 불면 비수기에 접어듭니다." 20년 이상 음료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말은 교과서 그대로였지만, 이 말을 듣고 있던 조 과장은 왠지 갈증이 난다.
"이 부장님의 말씀 다 맞습니다. 이 부장님의 말씀대로 음료 시장에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이 작은 회사는 비수기에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소비자 입장에서 보십시오. 우리 음료는 청량감을 주는 콜라와 오렌지와 다릅니다. 우리 음료는 청량감보다는 기능성과 우리의 고유정서를 가지고 있는 음료입니다. 특히 아침햇살은 전통음료이자 곡물음료 아닙니까? 청량감을 강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굳이 봄에 출시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둘째, 대리점 입장에서 보십시오. 성수기에는 모든 대리점들이 롯데칠성이나 해태와 같은 큰 회사로 몰립니다. 그때 우리가 무슨 수로 그 대리점들을 끌어들이겠습니까? 하지만 비수기에는 수익이 성수기의 반도 안 될 때니까 우리 같이 작은 회사에도 관심을 가진단 말입니다. 바로 이때 대리점 모집을 하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출시된 가을대추는 첫 달 목표치인 10만개를 훌쩍 뛰어 넘어 40만개나 팔렸다. 10개 밖에 되지 않던 대리점은 90개까지 늘어났다. 월 5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회사가 월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을 대추 하나로 월 15억원의 매출을 거두어들인다는 말이다. 아침햇살은 규모가 다르다. 가을대추는 100만병, 200만병으로 돌파기념을 했지만, 아침햇살은 1,000만병, 2,000만병으로 맥주파티를 열었다. 매출단위도 25억원, 50억원, 100억원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조운호 사장이 된 그의 변화 이야기에 전염되었을까? 나도 콜라와 오렌지 쥬스보다 가을대추, 아침햇살, 초록매실, 그리고 자연은(토마토, 제주감귤, 알로에 등) 시리즈 등을 마신다.

변화 이야기2 : 일반이사에서 포장이사로

"처음 포장이사 서비스를 개발할 당시만 해도 포장이사는 부잣집만 이용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포장이사업체 KGB 박해돈 회장의 말이다. 지금은 일반화된 포장이사. 내가 어릴 때인 1970∼80년대만해도 직접 이삿짐을 날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모두가 일반이사를 하고 있을 때, 박 회장은 어떻게 포장이사로의 변화를 꿈꿀 수 있었을까? 경남 밀양이 고향인 그는 18살에 서울로 상경했다. 인천 건설직업훈련원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있던 시절, 그는 주말을 이용해 이사 아르바이트를 했다. 집주인에게 밥 사달라, 추가요금을 달라는 등 횡포가 심한 광경을 보고 그는 결심했다. 이사 하나로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고. 그 때 나이 19살. 그리고는 바로 그 날로 훈련원을 접고 이사세계에 투신했다.

약 10년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26세의 나이로 그는 '잠실이사공사'라는 업체를 창업했다. 그가 처음 신경을 쓴 것은 유니폼과 명찰, 그리고 밥과 추가 요금을 요구하지 않는 것! 이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지금의 KGB의 전신이 되었다. KGB의 고급 브랜드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품질론이다. 돈이 없었던 그는 KGB를 통해 새로운 가게를 연 것이 아니라, 기존 이삿짐 업체들을 대리점 형식으로 묶어 전국 체인망을 구축했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의 품질을 규격화하는 일이 무척 어려웠다. "이삿짐을 나르는 현장 사람들에게 유니폼을 입히고 모자를 씌우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니 모든 서비스 행위를 통일시키는 일은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그는 복장에서부터 전화 받는 방법, 포장상태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었고, 반복적으로 교육을 통해 현장에 정착시켰다. 그 결과 1999년 포장이사와 이삿짐 보관 부분의 ISO 9002 인증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 이사의 변화의 역사다.
지금 그는 경기도 광주 곤지암 부근에 자리한 KGB(주) 본사 건물 2층의 '이사 물류 서비스 연구소장'으로 일한다. 연구소라고 해봐야 연구원 하나 없는 개인연구소다. 우리나라 이사 문화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의 갈망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그 계획 중 하나는 제주도에 연수원을 지으려는 것인데, 이것도 KGB 가족 모두가 KGB 멤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이들이 '우리 아빠 이삿짐 나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습니다." 나는 박해돈 사장을 만나보지 못했다. 하지만 원룸에서 시작한 나의 신혼살림을 접고, 아파트로 이사할 때 나는 당연히 포장이사를 했다. 그리고 꿈꾼다. 전원주택으로의 귀향을. 아마 그때도 나는 포장이사를 하겠지? 너무나 당연했던 일반이사,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포장이사. 그 사이에 바로 박해돈 회장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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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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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프라임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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