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과 헨리 포드의 'And' 법칙
이순신 장군 이야기가 드라마와 책 등을 통해 항간에 인기를 끌고 있다. 장군의 전략은 한 마디로 'And' 법칙이다. 장군은 이것 혹은(Or) 저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것도 그리고(And) 저것도 모두 선택한 그리고 장군이었다. 예를 들어,그는 지형과 조류 등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지역전문가이면서도, 우리 수군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강점전문가였다. 그 대표적인 전투가 바로 명량대첩이다. 지금의 진도대교 부근에서 있었던 명량대첩은 우리나라에서도 조류가 가장 센 곳으로 좁은 물길이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느슨하게 늘어트린 쇠줄을 팽팽하게 감아 적의 배 31척을 격퇴하고 우리의 배는 단 한 척도 잃지 않는 대승리를 올렸다.또한, 거북선은 배 위에서의 싸움에 능한 적에 대항하기 위한,그리고 활과 포에 능한 우리의 강점을 살린 최적의 전투함이었다. 명량대첩이든 거북선은 모두 이 장군의 'And' 법칙의 승리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들이다.
'And' 법칙을 보여주는 기업 사례를 하나 보자. 1916년 헨리 포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자동차를 팔아 엄청난 이익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적정 수준의 이윤이 타당하며 너무 많지 않아야 한다. 나는 자동차에 적당한 이윤을 붙여서 파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And) 나는 상당한 수준의 임금으로 많은 수의 종업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적정 수준의 이윤 그리고 상당한 수준의 임금, 이 두 가지야말로 내 일생의 목표라 할 수 있다.” 포드가1908~1916년까지 가격을 58% 내린 저렴한 국민 차 모델T를 생산하였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는 생산 능력 이상의 차량 주문을 받고 있었기에 충분히 가격을 올릴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가격을 내렸다. 그리고 당시 표준 임금의 두 배에 달하는 일당 5달러를 종업원들에게 지급하여 전 산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사업을 모르는 이상주의일까? 아니면 정말 국민을 생각한 애국주의자일까? 내 생각에는 모두 맞는 말 같다. 이후에 포드의 전 CEO인 돈 피터슨(Don Peterson)은 이렇게 말했다. “3P(People, Product, Profit)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으며 그 중에서도 사람(people)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제품(product)이 두 번째 그리고 이익(profit)이 세 번째였다.” 이제,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적정 수준의 이윤과 상당한 수준의 임금은 동시에 추구하기엔 너무 힘든 일이 아닌가?" 이순신 장군의 예에서 보듯이 "전략가이면서 현장에도 밝은 장군이 있을 수 있는가?" 정답은 그렇다(Yes)이다. 이것이 역설 경영이다. 역설 경영 안에는 항상 예(Yes)만 있기 때문이다. 얼추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존재가 완벽한 조화와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이 기막힌 이야기의 실체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자, 이제 그 호기심의 세계로 떠나보자.
1. 제조와 마케팅의 역설
혹자는 제조는 이미 주변적인 것으로 전락했다고 짤라 말한다. 그 증거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나이키는 이제 마케팅 회사이지 운동화 제조업체가 아니다." "디즈니 역시 미키마우스를 만들긴 하지만, 아시아 제조업자들에게 미키가 그려진 티셔츠의 제조를 맡기는 방식 즉 아웃소싱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라는 지구촌 문화는 모든 거래의 비용을 낮추어 인도나 아일랜드 같은 나라를 전 세계의 지원 사무실로 바꾸어 놓고 있다. 결국, 제조보다는 마케팅이 더 중요하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려 한다. 하지만 잠시만 생각해보자. 한국의 화장품 산업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킨 미샤를 한 번 살펴보자.미샤의 성공 원인은 간단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미샤는 일단 제조 과정에서 거품을 확 뺐다. 유리병 용기 대신 플라스틱 용기에 화장품을 담았다. 유리병 용기를 쓰면 포장을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그만큼의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샤는 자동화가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를 선택했다. 마케팅 및 유통 과정을 보자. 화장품 시장에서 도소매상에 마진으로 돌아가는 몫은 각각 30% 내외이다. 인터넷과 직영점을 운영하면 60% 가량의 가격 거품을 뺄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미샤는 제조원가를 낮추고 그리고(And) 마케팅 과정에서의 가격 거품을 제거한 결과로 대박이라는 성공열매를 딸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미샤의 전략에서 제조원가 낮추기 혹은(Or)마케팅 비용 낮추기 같은 양자택일의 법칙을 도입하였다면 그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결론이다. 나이키가 아웃소싱한 제품에 대한 책임을 지지도 않고서 마케팅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니다. 제조와 마케팅 둘 다 잘해야 한다. 이것이 열린 경영의 첫 번째 역설이다.
2. 1등과 꼴지의 역설
잭 웰치는 카리브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다. 해변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바다 속에서 산타클로스가 튀어나왔다. 그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스스럼없는, 정말 신선하고도 벽 없는(boundaryless)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런 경험과는 너무나 상이한 GE의 조직이 생각이 났다. GE의 생산과 마케팅 등 모든 조직들이 벽없는 조직이길 바랐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도 컸다. 그래서 그는 벽 없는 조직 만들기 전도사가 된다. 다음 이야기는 벽 없는 조직의 한 예이다. 그는 15년 동안이나 GE가 진출한 모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1등이나 2등이 되어야 한다고 수없이 강조해 왔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 시장이 너무나 좁게 정의되어 있었기에, 잭의 말대로 하자면 좁은 벽에 갇혀있었기에, 시장의 정의를 새롭게 제안한 팀 리처즈(Tim Richards)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GE는 모든 시장을 재정의해서 시장 점유율이 10% 이상인 사업부가 하나도 없도록 했다. 예를 들어, GE는 발전설비 사업에서 27억 달러로 발전설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63%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종합유지보수를 포함하여 발전설비 서비스 시장을 재정의하면 시장 전체규모는 170억 달러가 되었고, 시장점유율은 단지 10%에 지나지 않았다. 시장의 재정의는 시장 확장을 위한 돌파구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모든 구성원들의 사고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일종의 훈련이기도 했다. 이 아이디어를 잭은 "최고의 벽 없는 행동"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는 1등과 꼴찌를 구분한다. 하지만 시장을 재정의하는 벽 없는 생각을 하면 1등은 한 순간에 꼴찌가 된다. 이것이 열린 경영의 두 번째 역설이다.
3. 담당자와 고객의 역설
코카콜라에 한참 뒤져 있던 1970년대 펩시는 코카콜라를 따라잡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한 방편으로 펩시의 시장 조사팀은 고객들이 청량음료를 사서 마실 때 나타내는 행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총 350가족에게 할인된 가격에 매주 원하는 만큼의 콜라를 살 수 있도록 했다. 이들 가족들의 행동을 추적한 결과 예상치 못했던, 하지만 귀중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즉 그 가족들이 콜라를 사가는 양은 집으로 들고 갈 수 있는 것 만큼이라는 사실이었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펩시는 콜라를 낱개가 아닌 묶음으로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콜라 용기를 보다 가볍게하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했고, 가능한 한 손에 들고 가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 6개들이 팩 방식을 도입했다. 지금은 세계 어느 슈퍼마켓에 가든지 이런 포장을 볼 수 있다. 결론은 이것이다. 이런 혁신은 결코 펩시콜라 마케팅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펩시가 혁신에 성공한 것은 고객의 경험을 존중하고, 담당자의 열정이 함께 만들어 낸 것이다. 나는 이를 회사내부의 담당자와 회사외부의 고객의 역설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열린 경영의 세 번째 역설은 담당자와 고객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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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남해화학 사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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