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다녔던 대기업을 떠나 중견기업으로 이직하는 최과장 이야기
“새로운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12년간 정들었던 회사를 떠난다는 생각에 미안함도 있지만,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생각하니 약간의 긴장감도 드네요. 최근 들어서는 이런 긴장감이 별로 없었는데,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 흥분도 되네요.” 지금까지의 경력을 점검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경력관리를 할지를 그가 물었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기술에 관심에 있어 컴퓨터공학을 부전공하였다. 대학 졸업 전에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취득하였단다. 나는 “와~”하고 감탄사를 날렸다. 경영학과 컴퓨터공학을 둘 다 잘 안다는 장점을 내세워 정보통신 관련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가 한 일은 아키텍처라는 일 하나란다. 아키텍처가 어떤 일인지를 물으니 이렇게 설명을 해주었다. “아키텍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컴퓨터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여러 부서에서 일했지만, 그가 최종적으로 있었던 곳은 글로벌 부문이었다. 처음에는 그 곳에서 아키텍처로 일을 시작했지만, 그의 직급이 올라가면서 조직은 그에게 관리자의 임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술전문가 쪽으로 성장하고 싶었지만 회사의 요구는 변하지 않았다. 기술전문가로 클 수 있는 사내의 다른 자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직에서는 그를 보내주지 않았다. 그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승승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는 이직을 결심했다. 다행히 규모는 다소 작지만 그의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리를 구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으로의 이직이지만 아키텍처 기술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커리어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닐 때도 아키텍처 전문가가 목표였는데, 그 곳에 가서도 이 목표를 향해 질주를 해보겠다는 말이다. 다소 규모가 작은 기업이지만, 기술전문가를 인정해주는 곳이라 평생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런 목표를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내가 물었다. 그는 맡은 프로젝트 업무를 잘 하는 것이라고 했다. 팀장이나 임원 등으로 승진을 하지 않더라도 아키텍처의 각종 프로젝트를 맡아 PM 역할을 하면서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일을 하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연봉 체계도 마음에 든단다. 그는 정규직과 정규직보다 20% 높은 연봉을 주는 계약직 중 계약직을 선택했다고 했다. 고용의 안정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성과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계약직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가 말했다. “어차피 평생직장은 이제 없잖아요. 평생직업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서는 실력으로 인정을 받아야지요. 계약직이라 하더라도 실력만 인정받으면 계속 1년마다 연장 계약할 수 있다고 하니까 진짜 승부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는 마음의 작은 소원도 하나 덧붙였다.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아키텍처 관련 도서도 하나 출판하고 싶습니다. 후배 실무자들이 일을 하면서 책상 위에 두고 참조할 수 있는 생생한 도서면 좋겠습니다.”

최과장의 이야기는 커리어의 정의를 새삼 되새겨보게 한다. 커리어란 “평생에 걸친 일의 경험”이다. 이 정의의 핵심 중 하나는 경험이다. 어떤 경험을 했는가, 어떤 경험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경력개발의 시각이 많이 달라진다. 그러면, 우리는 경험을 어떻게 경험해야 할까?

과거의 경험을 점검하자
최과장은 경영학 전공, 컴퓨터공학 부전공,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취득, 12년간의 아키텍처 업무실행이라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객관적인 경험을 스펙이라 한다. 경력개발의 핵심은 스펙에 자기만의 주관적인 경험인 스토리를 더하는 것이다. “경영학을 전공하다 보니 컴퓨터공학을 부전공하여 경영정보(MIS)라는 관점으로 취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취업을 위해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요.”라는 자기만의 내면 스토리가 들어가면 좋은 경력개발 이야기가 된다. 이력서는 스펙 중심이다. 반면 자기소개서는 스토리 중심이다. 이력서의 스펙을 보고 ‘와~’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하면 좋은 것이지만, 자기소개서의 스토리를 보고 ‘우와~’라는 마음의 울림이 있도록 한다면 베스트다.

미래의 경험을 상상하자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으로의 이직이지만 아키텍처 기술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커리어 목표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라는 최과장의 이야기는 미래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2년 전 대기업에 입사하여 그를 이 자리에까지 이끌었던 것은 ‘아키텍처 기술전문가’라는 미래의 비전이었다. 신입사원의 꿈은 지금 현실이 되었다. 또한 그 꿈은 미래를 온전하게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인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미래를 경험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리 상상하고, 그 상상을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법칙이 커리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래는 상상하는 자의 것이다. 최과장처럼 미래를 미리 상상하여 경험하는 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현재의 경험을 공유하자
과거의 경험을 점검하는 것도 미래의 경험을 상상하는 것도 모두 현재를 위한 선물(present)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하지 않는가? 과거의 경험점검과 미래의 경험상상이 현재에 선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 무슨 소용인가?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기회를 주지 않아 속상해”라고 아내와 상의하는 최과장이 보이는가? “12년간 다닌 회사를 떠나고자 하는데, 코치님의 생각은 어때요?” 라고 묻는 최과장이 보이는가? 또한 “새로운 곳에 가면 아키텍처의 각종 프로젝트를 맡아 그 일을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일을 하려고 합니다.”라고 내면의 자아와 약속하는 최과장도 보이는가? 이런 최과장을 보며 나는 그대에게도 묻고 싶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최과장. 그대가 보기에 최과장은 커리어 관리를 잘 하고 있는가요? 그대도 커리어 관리 잘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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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인코칭전문가 정연식의 MVP입니다.
Mission : 직장인 한 사람의 행복한 성공을 돕기 위해 직장 및 가정 생활의 지혜를 상담하고, 교육하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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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월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매년 10명 이상의 키맨을 만난다.

저서 : 꿈을 이루어주는 세 개의 열쇠, 자기중심의 인생경영, 직장인 프로 vs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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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잡지인 혁신리더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용도는 가능하나 상업적 용도로 다른 매체에 기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랑과지혜의시소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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